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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창문저편의 무지개

나의 첫 소울라이크, 할로우 나이트

by 윙혼 2019. 12. 29.

 

언제부터인가 소울라이크라는 장르가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 프롬 소프트에서 출시한 다크소울이 하나의 장르처럼 인식되면서 생겨난 현상이지. 괴랄한 난이도로 게이머들의 도전욕을 불태우게 해서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거라나 뭐라나. 게임은 즐기기 위해서 하는 거지 스트레스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그런 게임이 유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

그러던 중 할로우나이트라는 게임을 알게 됐어. 나름 소울라이크 게임이라고 하는데 작고 동글동글한 캐릭터가 귀여웠고 가격도 상당히 저렴했어. 흥미를 가지고 더 알아봤는데 좋은 평가에 인색한 유튜버 중에서도 극찬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고 팬층도 상당히 두꺼운 게임이었어. 객관적으로 잘 만든 게임인 것 같았고 소울라이크라는 장르가 나한테 맞지 않아도 그 정도면 체험하는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을 했어

처음 느낌은 옛날 즐기던 횡스크롤 액션게임과 비슷한 느낌이었어. 예상했던 것처럼 조금 어렵긴 했지만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음침한 분위기의 세계관에서 조금씩 나오는 정보들은 호기심을 자극했지. 그렇게 게임에 빠져들었고 서서히 어렵다는 느낌이 들면서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어. 게임에서 느끼는 난관에 도전의식을 가지게 된 거야

난 분명히 게임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싫어하는 유저란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어려운 게임에서 스트레스보다 도전의식을 느끼게 된 것일까? 이것은 절묘한 난이도 조절과 비밀스러운 이야기 전개 방식에 있다고 봐. 처음 주인공은 정말 약하고 기본적인 이동밖에 할 수 없어. 공격 기술도 빈약하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공격들도 빈약해. 그런데 그런 주인공이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기술도 늘어나고 조금씩 강해져

메트로배니아 특성상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왔을 때 어려웠는데 올 때마다 더 쉽게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주인공이 강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 그리고 그에 맞게 보스들도 조금씩 강해져. 보스의 패턴은 정해져 있고 그 패턴에 적절하게 대응하면 클리어가 가능해. 물론 적절하게 대응하는데 까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게임이 너무 어려우면 플레이어가 빠르게 흥미를 잃어버리고 너무 쉬우면 파고 들 요소가 없는데 적절한 난이도 조절로 플레이어가 몰입해서 파고들게 만들었어. 벽에 막히더라도 클리어할 방법은 감이 오도록 만들었고 그것을 점점 구체화하는 과정을 즐기도록 만든 거지. 그런 과정을 거쳐서 클리어하면 게임 내의 캐릭터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도 성장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도록 만든 거야

그런데 후반부에 들어가면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나는 똥손이라 기본 앤딩은 봤지만 백색궁전에서 막히고 있거든. 똥손 유저도 앤딩은 보라고 마지막 보스가 각성 상태가 아니라면 쉽게 만들어 놨더라. 어쨌든 백색궁전은 다른 사람이 클리어한 동영상을 봐도 이게 이렇게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내 수준에서는 극악의 난이도라 생각해. 진짜 앤딩을 볼 것이 아니라면 백색궁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거든. 물론 백색궁전은 고인물들의 시작점에 불과하고 더 어려운 컨텐츠들이 많아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백색궁전을 클리어하고 싶어 할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할로우나이트를 하면서 게임의 세계관에 빠지게 됐어.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이름 없는 방랑자가 되어 우연하게 몰락한 마을에 도착하게 돼. 그리고 마을 밑에서 타락한 벌레들을 만나며 왕국의 탄생과 몰락한 이유에 대해서 알게 돼. 그리고 왕국의 몰락과 자신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이 마을에 온 것도 우연이 아닌 숙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게임을 진행하면서 플레이어는 작은 정보들을 통해서 이런 이야기들을 조금씩 알게 되고 그것이 플레이어의 상상을 자극면서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들어. 또한 게임의 주인공을 이름이 아닌 방랑자나 용사로 부르면서 플레이어가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만들어. 이것은 프롬 소프트웨어도 잘 사용하고 있는 장치야. 다크소울, 블러드본과 같은 작품에서 재의 귀인, 헌터로 주인공을 부르면서 플레이어의 몰입을 유도하지. 세기말 분위기인 것도 동일하고

이렇게 플레이어가 주인공에게 동질감을 가지고 몰락한 왕국을 구원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하면서 이것이 진짜 앤딩을 보고 싶다는 도전욕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거지. 여담이지만 NPC 중 한명인 호넷을 주인공으로 한 할로우나이트의 속편이 제작될 예정이라 하는데 속편은 할로우나이트처럼 플레이어가 호넷에게 몰입하기는 어려울 거야. 작지만 매우 큰 요소거든

이렇게 플레이어가 순차적으로 게임에 점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절묘한 장치들이 소울라이크의 핵심인 것 같아.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는 적절한 난이도 조절과 심오한 스토리를 게임에 녹여낼 수 있는 개발사 만이 접근할 수 있는 장르인 것 같아. 확실히 재미있고 파고 들 요소가 많기는 한데 내 손가락의 한계도 있고 후반부에 들어가면 내가 너무 피폐해지는 것이 느껴져서 즐기는 것이 꺼려지는 장르인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역시 데매크나 몬헌같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게임이 나한테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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