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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창문저편의 무지개

남산의 부장들에서 그려 질 김재규는 어떤 인물일까?

by 윙혼 2019. 12. 12.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말을 들었어. 김재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로 그가 모시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면서 느낀 심경변화를 그린 영화로 보여. 역사를 돌이켜보면 김재규라는 인물은 참 재미있는 인물이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었고 중앙정보부 수장의 신분으로 대통령을 암살한 인물이지. 항간에서 차지철과의 불화 혹은 민주화를 위해 그런 일을 벌였다고 하는데 내가 보는 시점은 조금 달라

그래서 영화가 나오기 전 내가 생각하는 10.26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 썰을 풀어볼까 해. 사실 10.26은 국내 정세보다는 국제정세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 왜냐면 10.26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미국과의 갈등 때문이거든. 미국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했다는 것은 음모론이 분명하지만 미국과의 불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야

미국이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를 해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과 미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거든. 지금까지 강력한 우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이 왜 그때는 사이가 좋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에 대한 썰을 풀어볼게

일단 10.26 직전의 국제정세를 알려면 월남전의 수렁에 빠진 미국을 알아야 해. 냉전은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던 시기였고 그런 시기에 미국이 베트남에서 발을 빼는 것을 미국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어. 그런데 그런 와중에 소련과 중국의 사이가 틀어지는 정황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유럽과 일본으로 방어선을 후퇴하면 소련과 중국이 서로 싸울 것이라 판단한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되고 베트남은 바로 적화통일이 되어 버렸어

 

적화통일 된 베트남이 캄보디아, 중국과 전쟁을 하자 공산진영의 분열 요소가 기대한 것보다 많다고 판단한 미국은 대만과 한국도 방어 라인에서 제외하려 했어. 실제로 1979년 중국과 수교를 맺으며 대만과는 단교를 했지. 이런 국제정세의 변화를 지켜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버린다면 한국은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한국과 미국의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게 되었어.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일본과 대만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핵무장을 하려 할 테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6.25로 적화통일 되려던 한국을 살려주고 각종 지원을 해주었으니 한국에게 해줄 만큼 해주고 떠나는 것이고 비록 미국이 한국을 떠난다 해도 한국에게 빚을 진 것은 없었어. 즉 한국은 대만처럼 미국과 아름다운 이별 후 실낱같은 인연을 유지하며 불안하게 살 것인지 핵무장으로 확실한 생존을 보장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게 된 거야

핵무장을 하게 되면 미국과의 관계가 돌이키기 어려워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껏 산업화를 완성해도 미국에 수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숙원이던 산업화는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생존이 최우선이라 판단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의 존망을 걸고 미국과의 불화에도 핵개발을 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어.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독재로 찍어 누르며 핵무장에 몰입하게 되었지

개인적인 관계라면 미국이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미국이 여태껏 해준 것이 너무나 많았기에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하는 것이 맞아. 하지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상황에서 도리를 따지는 것은 사치일 수도 있어. 미국은 미국대로 아쉬운 상황이었고 한국은 한국대로 아쉬운 상황이었지. 서로 간의 접점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 그런 상황에서 오일쇼크가 터지고 유신정권은 코너에 몰리고 말았지

경제위기의 여파로 인해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었고 국가의 존망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을 동원한 강경진압이라는 초강수를 두려고 했던 정황들이 있었어. 생전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처럼 자신의 손이 더러워지더라도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기에 그것은 실행될 가능성이 높았다 생각해. 그리고 그것을 더 보지 못한 김재규가 10.26을 일으켰다 생각하고

혹자는 김재규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충신이라 평가하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국민들을 찍어 누르고 핵무장 후 고립되었다면 평가가 지금보다 훨씬 야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 결과만 놓고 보자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후 전두환의 손을 빌어 산업화를 완성했고 더불어 군을 동원해 국민들을 탄압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게 된 거야

그런 결과를 김재규가 계획한 것은 아니겠지만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 상당한 고뇌를 했을 것이고 그런 과정을 얼마나 잘 담아냈을지가 관건일 듯 해. 물론 요즘 영화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그릴지 염려되긴 하지만 중립적인 시각에서 김재규라는 인물의 심경변화를 잘 그려낸다면 상당한 수작이 나올 거라 생각해

좌경화된 영화판에서 김재규는 어떤 인물로 그려지게 될까? 사뭇 궁금해지는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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