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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이름없는 별 하나

우리는 민족이라는 단어를 재대로 쓰고 있는가?

by 윙혼 2018. 9. 6.

한국인들은 민족이라는 단어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인지 민족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남용하고 있지. 그런데 한국인들은 민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재대로 이해하고 쓰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뜬금없잖아. 민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가슴이 뜨거워지고 전혀 모르는 옆의 사람과도 엄청난 유대감이 느껴 지곤 하니까 좋은 단어로 인식되고 있고 정치, 언론, 문화 등 다방면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잖아

하지만 나는 우리가 민족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면서 우리의 논리 구조가 인종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생각해. 이런 말을 한다면 남들은 다 잘 쓰고 있는 단어를 혼자 삐딱하게 보면서 잘난 척하는 관종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유치한 이유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야.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 민족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뜻이 숨겨져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 해

사실 민족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 진 단어야.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서구의 문물을 한자어로 변환할 때 국가의 구성원을 지칭하는 'nation'이라는 단어를 민족이라 번역하면서 탄생했거든. 국가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역사, 언어, 문화를 공유하고 부가 적으로 혈연을 공유하는 집단을 지칭하는 것인데 동북아에서는 유독 혈연이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의 경우 혈연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한국의 경우 식민지를 겪으면서 국민이 아닌 공동체 의식을 느낄 무언가를 찾으면서 민족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집착하게 되었어. 재미있는 사실은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으로 나뉘어 피지배 계층을 가축 취급하는 것을 당연시하다가 갑자기 민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에 몰입하게 되었다는 거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분단을 겪으며 민족이라는 단어가 남한과 북한을 잇는 의미가 되면서 한국인들은 민족이라는 단어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지. 그렇게 분단이 오래 지속되면서 민족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추구해야만 하는 절대 선으로 인식되어 버렸어.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민족이라는 단어가 신격화 되었고 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은 민족이라는 단어를 인종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어







민족이라는 좋은 단어를 인종이라고 바꾸면 어감부터 이상하잖아.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런 뜻으로 이 단어를 쓰고 있어. 한번 우리 앞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고. 그 사람을 '우리 국민'이라 하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거야. 하지만 '우리 민족'이라 한다면 의아해하거나 부정하는 반응을 보일 거야

우리가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단어는 인종이라는 의미가 강력하게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인종이 다른 외국인들은 귀화를 해도 우리 국민이라 인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우리 민족이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해. 결국 우리는 여태 까지 민족을 내세우며 인종주의적인 발언들을 남발하면서 인종주의적 사상을 뇌리에 심고 있었던 거야

북한이 잔악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잖아. 하지만 북한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한국인들이 상당히 많아. 같은 민족이던 다른 민족이던 잔악한 인권유린을 하면 국제법에 따라서 처벌하고 그것을 더 이상 못하게 해야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넘어가야 해? 잔악무도한 인권유린을 넘어가는 것이 어떻게 대승적인 무언가가 될 수 있어?

한국인들이 집단적으로 인종주의에 빠져있지 않고서 도저히 이런 생각들이 일반화되거나 정당화 될 수 없는 거야. 민족이라는 단어를 습관적으로 내뱉으며 청중들을 열광 시키는 사람들이 지식인으로 대우 받고 정치, 언론,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민족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관으로 세뇌하는 현상은 예전에도 벌어졌었어

논리적이고 냉철한 독일인들이 잠시 민족주의의 광기에 빠져 나치를 탄생시켰고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지. 지금 한국은 그 전 단계에 돌입해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민족이라는 단어를 각계각층에서 남발하고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으니까







한국이 세계사의 흐름을 역행하는 인종 위주의 국가관으로 가고 있지만 서구권 국가들은 국적 위주의 국가관을 가지고 있어. 유럽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이 국적 위주의 국가관을 가지게 된 역사적 배경은 매우 깊어. 한국은 식민지와 분단을 겪으면서 인종 위주의 국가관이 더욱 강해졌는데 유럽은 인접해있는 국가들이 많고 인구도 유동적이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인종보다는 국적 위주의 국가관을 가지게 되었어

한국의 경우 조선의 초대 국왕이었던 이성계의 부친이 만주 군벌 출신이잖아.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매우 예외적인 일이었고 국가 차원에서 상당한 은폐 및 왜곡을 시도했다가 최근 들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있잖아. 유럽의 경우 왕족의 대가 끊기면 다른 나라의 왕족이나 귀족을 모셔와 왕으로 추대하는 일이 드물지만 일어났었고 그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이는데 큰 거부감이 없는 문화였어

더군다나 2차대전 때 민족주의, 엄밀히 말하자면 인종주의의 광풍으로 인류가 엄청난 인권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목격하고 보다 국적 위주의 국가관을 지향하게 되었지. 지금은 한국 정부와 지식층의 발언이나 문서를 번역할 때 민족이라는 단어를 서구권 사람들이 국민으로 생각하는 'nation'으로 번역하고 있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 쓰고 있는 의미인 'race'로 번역한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을 강력하게 비난할 거야

물론 이런 발언이 사대주의적인 발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인종주의적 국가관은 역사적으로 잔혹한 사건의 원인이 되어 왔고 현대 문명에서 지향해야 할 국가관이 아닌 것이 분명해. 북한이 자행하고 있는 인권유린은 국제사회에서 지탄 받는 것이 당연한데 이것을 같은 인종이라는 이유로 옹호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는 반드시 인종 위주의 국가관에서 탈피해야만 해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민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와 국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를 구분하여 사용하면서 민족이 아닌 국민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관으로 바꾸어 나가야 해. 지금 한국인들은 강력한 인종주의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고 있어. 이것은 인류역사에 역행하는 일이고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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