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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창문저편의 무지개

날씨는 맑으나 파고는 높다

by 윙혼 2018. 2. 20.




예전부터 말로만 들었던 구로다 가쓰히로라는 분이 쓴 책을 읽어 보았다. 한국 내에서는 일본의 극우, 지한파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는 분이기도 하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조갑제TV에서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상반된 평을 동시에 받는 분이 쓴 책이라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조갑제 기자님이 말해주시는 책의 내용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기에 조갑제닷컴에 들어가 구입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사이트 접근성이 어려워서 여러 번 시도하다 결국 포기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갑제TV에서 구로다 기자님을 초청하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을 올려서 재미있게 보는데 우측 하단에 지속적으로 이 책을 노출 시키길래 YES24에서 바로 구입을 해버렸다. 동영상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구로다 기자님은 예의 바르고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일본인이었다. 그런 분을 왜 극우라 부르는 한국인들이 있는 것일까? 뭐 따지고 보면 일베충인 나도 그들에게 극우이긴 하기에 약간의 동질감을 느끼며 책을 펼쳐 보았다

책은 초반부 부터 몰입감이 상당했다. 사소한 취미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것을 일본과 한국의 근현대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들어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초반부는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나타내며 한국인의 맹목적인 반일 성향에 대한 넋두리로 시작한다.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 책은 일본에서 먼저 발행된 책이고 책의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은 조갑제 기자님의 부탁으로 번역되어 한국에 출판된 책이다

구로다 기자님은 젊은 시절 강한 속죄주의적 시각으로 한국을 보았고 그것이 이어져서 지금까지도 지한파로서 일본과 한국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강력한 반한, 혐한 감정들이 부상하는 시기이니 만큼 자신의 정체성이 일본에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확실히 하고 싶어했다 느껴진다. 초반부를 지나면 놀랍도록 중립적인 시각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서 사실을 기반으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통치에 대해서 한국인은 그냥 넘어갔을 부분도 세세하게 접근하여 한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일본인 독자들에게 말하는 내용을 보며 확실히 일본인들은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내용들이 많이 있는 책이다. 2차대전 종전 후 국교가 정상화 되기 전 까지 한국과 일본은 전혀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했지만 종전 후 만주와 한반도에 있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6.25로 인하여 일본도 내부적인 정치 혼란으로 시끄러웠던 점 등등 한국과 일본이 이 정도로 긴밀한 관계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더불어 한국이 일본에 섭섭한 일도 있지만 일본도 한국에게 섭섭한 일이 많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저자에 대한 느낌은 한국과 일본을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 우파 성향의 정치적 사상을 가지고 있다 들었기에 일본의 우파는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천황에 대한 존중은 알고 있었지만 책에서 언급한 조선왕실에 대한 존중을 보며 역시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대통령이라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온갖 음해와 욕설을 마다하지 않는데 일본은 다른 나라의 지도자에게도 절재되고 공손한 표현으로 언급하는 점이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상무정신이 죽은 국가는 망국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과거 일본의 상무정신은 순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자결문화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데 이것이 나에게 내재되어 있는 반일감정 때문이 아닌 나의 논리구조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책에서 이우의 수행 부관이었던 요시나리 히로시 중령의 자결을 '일본의 명예를 지킨 일본인 무관의 자결'로 표현했는데 그 분의 의기는 존중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누구도 책임에 대해서 추궁하지 않을 상황에서 자결을 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천황에 대한 존경', '사무라이 정신'이 구로다 기자 본인이 추구하는 철학인지 일본 우파가 지향하는 철학인지 알 수는 없지만 구로다라는 사람은 한국을 사랑하고 이해하려 노력한 지한파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일본인과 한국인이 함께 봐야 할 책이며 이렇게 좋은 책을 출판해 준 조갑제 기자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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