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베에서 흑우 복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흑우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과한 사람인 듯 했다. 그 사람의 논리는 "일본 와규의 품종에 제주 흑우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흑우는 조선시대 부터 왕에게 진상을 하던 귀한 소였다"는 것 이였다. 와규도 종류가 많겠지만 일본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와규는 덩치가 크고 골격과 생김새가 서양의 우수 육우에 매우 가까운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다. 초반에 제주 흑우를 개량하려 했지만 방향을 바꿔서 서양의 우수 육우를 개량하는 것으로 바꾼 것으로 보아야 하지만 제주 흑우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서 인지 믿으려 하지 않는 듯 했다
서양은 육식을 많이 하고 오랫동안 귀족을 중심으로 발전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매우 오래전부터 우수한 육우의 품종을 개량해 왔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덩치가 크며 고기가 많이 나오는 체형을 지향하고 육질 부드러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온 결실이 서양에서 고정된 육우 품종들이다. 일본에서 와규를 만들 때 서양의 육우와 흑우를 교잡하니 육질이 질겨졌다고 하이는데 이것은 아무리 봐도 흑우의 질긴 고기의 형질이 육우의 연한 고기형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한국과 일본은 육우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사역을 목적으로 고정된 품종은 힘든 일을 하기 위해서 질긴 육질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적어도 이것은 조선시대에 왕에게 진상을 하기 전 까지 이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과거 한국은 흑소던 칡소던 황소던 품종을 나누지 않았고 그들이 섞이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고려시대는 육식을 금기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기도 했고 그 영향이 일본에 건너가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모든 소들은 사역을 목적으로 길러졌고 힘든 노동에 적합한 육질이 질긴 소를 좋은 소로 평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조선시대에 제주 흑우의 고기가 좋다는 말을 듣고 진상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시키지 않았다고 하는데 흑우들은 이미 황소나 칡소들과 교잡이 되어 있었고 털 색에 따라서 육질이 다를거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진돗개의 품종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백구와 황구만을 정식 혈통으로 규정하면서 큰 희생을 치뤘다. 불개의 복원과정에서 털색에 연연하면서 많은 고찰을 하다가 결국 사업을 포기한 분을 보기도 했다. 과거부터 흑우만을 따로 교배해서 품종을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털 색이 검다고 고기가 연하다 맹신하는 것은 21세기에 할 생각은 아닌 것이다
더불어 육우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조선시대에 비교대상이 개량되지 않고 사역을 목적으로 키워진 소들과의 육질 비교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비교라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비교를 하려면 세계최고 수준 육우들의 육질과 지금의 제주 흑우 육질을 객관적인 기준을 놓고 비교해야 하지만 한국은 아직 키우는 소들의 고기질이 높아지는 사육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고 수준의 육우들과 경쟁이 가능한지 측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일 것이다
단독사냥에 특화된 진돗개를 군견이나 경찰견으로 키워보려 하다가 번번히 퇴짜를 맞아도 고집스럽게 밀어 붙이는 진돗개 단체들은 저먼 세퍼드나 마리노이즈 같은 품종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과정으로 발전해 왔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무조건 하다가 보면 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밀어 붙이는 모양이던데 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서양의 육우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을 해왔고 무엇을 목적으로 어떠한 방향을 가지고 발전을 해왔는지는 공부하지 않고 그냥 조선시대에 좋은 고기가 나왔다고 하더라는 부분적인 지식을 맹신하며 제주 흑우는 최고의 품질을 가졌다고 맹신한다면 이것은 결코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아닐 것이다. 많은 토종개 복원사업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아온 나로서는 씁쓸한 기억 이였다
만약 정말로 와규를 넘어설 제주 흑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우리 것에 대한 맹신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처럼 완전히 다른 종이 되었지만 제주 흑우를 바탕으로 개량해서 만든 품종이라는 것을 선전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품종으로 만들고 그것이 제주 흑우를 기본으로 했다는 것을 대중에게 주입시킨 후 반대 의견은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한 고기의 품질로 막아버리면 되는 것이다. 일본이 아키타로 감성팔이 해서 아키타를 일본을 대표하는 견종인 양 착각하게 한 것을 보면 와규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그 누구도 와규의 품질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재기하지 못한다
해당 글을 삭제해서 링크는 해주지 못하지만 그 분에게 제주 흑우를 맹신하기 전에 세계에서 우수한 육우 품종들이 완성된 철학과 방향성을 공부하고 와규에 대한 선전을 맹신하기 보다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요즘 세상에 유전자 검사를 한다면 혈연관계가 유사한 품종이 나올 것이고 개량된 와규는 외형적으로 서양의 육우와 유사하고 유전적으로도 그쪽에 더 가까울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를 노린다면 세계 최고는 어떠한 품종이 자리를 잡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다
그리고 제주 흑우를 본다면 제주 흑우가 나아갈 방향이 보일거라 생각한다. 내가 진돗개를 보기 전에 개의 품종이 완성될 때 지향하는 바와 철학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나니 진돗개가 지향할 방향이 보였듯 말이다. 나도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분 보다는 많이 알 것 같더라. 한국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해서 철학이나 방향성을 가지지 않고 무턱대고 하는 성향이 너무 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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