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log.naver.com/sanddtan/99725851
직분사 기술이 최신 기술인줄 알지만, 사실 이미 1952년에 성공한 올드 기술입니다. 심지어 양산차에도 볼 수 있는데, 바로 그 전설의 차 벤츠 300SL에도 장착되었습니다. 이는 무려 50년을 앞설 뿐더러 이제 막 진공관이 만들어지던 시절, 전자제어라곤 살펴볼 수 없어 정밀한 연료 분사 자체가 불가능 하던 시절에 만들었다는 데에서 머리를 뭔가로 얻어맞아 띵할 정도로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게 당시 메르세데스의 최고의 엔지니어들 때문입니다. 사실 이미 벤츠는 2차 대전 중에 만든 2스트로크 엔진에 연료를 직접 실린더 안에 분사시키는 기술을 성공해 전쟁에 활용했고, 노하우를 4스트로크 엔진인 레이싱 카와 300SL에도 응용했을 뿐이죠.
300SL의 경우는 진공 압으로 연료가 분사되는 카뷰레터를 직접 실린더에 연결해 분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얻은 결과는 대단했습니다. 보쉬가 만든 카뷰레터 연료분사 시스템(지금도 보쉬는 휘발유 고압 연료분사시스템을 거의 독점 중)은 고작 직렬6기통 3.0엔진으로 무려 215마력을 냈었는데, 지금과 출력 측정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단순히 숫자로는 무려 2000년대 초 엔진과 유사한 출력입니다!
하지만 외계인을 협박해 얻은(?) 기술력은 (혹은 유태인을 많이 살해한 죄) 하늘에서 내린 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벤츠가 야심차게 만들었던 레이싱카 300SLR는 경기 도중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대참사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사고에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후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었던 벤츠는 레이싱을 완전 포기했고, 300SL도 시장에서 퇴출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 다른 메르세데스 벤츠에서도 직분사 엔진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게 단순히 300SLR 사고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보단 뭔가 큰 결함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사실 직분사는 어설픈 기계식 카뷰레터론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이니까요.
그리고 41년 후인 1996년, 여러 메이커에선 직분사에 도전과 실패라는 쓴 맛을 맛보며 연구소에만 쳐 박혀 있던 직분사 엔진이, 일본 미쓰비시에 의해 다시 세상 구경을 하게 됩니다. 미쓰비시는 세계최초 전자식 GDI엔진을 완성하고 겔랑 4G93 1.8 GDI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그 후 미쓰비시 전 엔진에 GDI 기술을 보급하기 시작 하죠.
사실 미쓰비시의 생각과 개발방향은 벤츠 300SL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300SL이 출력을 올리기 위해 만들었다면. 미쓰비시는 점차 강력해지는 환경규제와 연비를 맞추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서로 완전히 다른 목적의 끝이 같은 직분사 시스템이라는 건 참 아이러니 하죠?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가솔린 엔진은 평상 시 공연비(공기와 연료비율)는 14.7:1로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이보다 더 희석시키면 비열이 낮아지고 타는점이 낮아져 노킹 등 트러블이 생깁니다. 이해가 잘 안되신다고요? 쉽게 생각하세요. 세숫대야의 물을 끓이는 데보다 욕조 물을 끓이는 데 열이 많이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연료를 뜨거운 점화플러그 근처에 밀집시키면 됩니다. 그렇게만 하면 폭발 시 실린더나 피스톤에 열이 전도되지 않으면서 농후한 부분은 비 가동 중인 점화플러그의 전도열을 견딜 수 있으므로 원하는 시점에 폭발이 가능해집니다. 이에 따른 효과는 보장할 수 있습니다. 무려 40~50:1의 공연비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대신 이 상태를 만들려면 당연히 실린더 내에 직접 분사해야하고, 흡기가 끝나고 압축이 시작 되는 정확한 시점에 정밀한 분사와 정확한 와류로 연료 밀도가 높아야 할 곳은 밀집되고 낮아야 할 곳은 거의 없어야 노킹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사실 96년에는 이미 정밀한 조절이 가능한 전자제어 연료분사장치와 고압분사, 설계프로그램이 발달되어 있었기에 무리한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단 초희박연소를 하면 질소산화물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마저도 고성능 촉매장치의 보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건이 좋았어도 미쓰비시의 GDI엔진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아직 GDI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기술력으로 초희박 연소에 집중하다보니 출력은 좋지 못했고, 옥탄가 높은 휘발유가 아니면 결국 노킹을 일으켜 엔진 트러블이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미쓰비시는 경영위기와 함께 가변밸브장치 MIVEC가 만든 비슷한 연비로 구색을 맞추면서 지금은 대부분 라인업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파리에서 고기파티가 벌어지면 하이에나들이 어슬렁거리듯이, 미쓰비시의 직분사 개발소문은 1년 뒤 닛산과 토요타도 직분사 엔진을 완성하게 만듭니다. 이 중 닛산은 VQ30DD엔진을 레오파드라는 닛산 고급차에 처음 적용했습니다. 이후엔 VQ25DD도 완성해서 내수용 스카이라인에 적용해 본격적인 직분사 시스템의 시대가 열리나 했습니다. 하지만 닛산의 이 엔진도 트러블이 많았는지 금세 사라져버려 결국 소비자들은 ‘마루타(실험용)’ 꼴이 되고 말았죠. 하지만 닛산은 가까운 때에 VQ엔진에 다시 직분사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니 지금은 숨고르기를 하고 곧 직분사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토요타는 D4라는 직분사 엔진을 일부 내수용 소형차에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닛산과 달리 분위기를 잘 아는 토요타는 2001년 아벤시스 2.0 유럽모델에도 D4를 적용하더니 2004년에는 야심차게 준비한 GS300에 D4S라는 신개념 연료분사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D4S는 조금 특이한 장치로 직분사와 일반멀티분사장치 두 개를 설치하여 서로 역할 분담으로 단점을 덮었습니다. 하지만 D4S는 단가와 구조의 복잡함 문제로 5년이 지난 지금도 고급모델만 사용할 뿐 전 라인업에 보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쓰비시가 GDI에 성공한 3년 뒤인 1999년 국산차에도 직분사 기술이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현대차에 GDI에 욕심이 없었지만, 마침 미쓰비시와 두 메이커 최고의 차량 에쿠스(미쓰비시는 프라우디아, 디그니티)가 개발 중이었고, V8엔진이 결국 돈이 많은 현대가 생산하게 되면서 미쓰비시의 GDI 전 라인업 장착 전략으로 현대의 손에도 GDI가 쥐어지게 되고, 국산 에쿠스의 V8엔진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대신 미쓰비시와 현대의 V6엔진은 공유하지 않았기에 V6에는 GDI가 없었죠.
어쩌면 그것이 불행 중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GDI엔진의 연비는 경쟁차 대비 고연비이긴 했으나, 너무 그쪽에 치중한 나머지 출력은 형편없었습니다. 동급 V8엔진이 300마력에 육박하는 분위기 속에서 240마력은 너무했죠. 더군다나 미쓰비시의 GDI엔진은 고급연료를 넣지 않으면 트러블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고급연료가 별로 없었죠. 물론 연료 정제기술이 매우 뛰어난 우리나라지만 관리는 허술했고, 일반 휘발유가 고급휘발유만큼 옥탄가가 높을 리도 없으니까요. 안 그래도 GDI만 받았지, 설명서는 못 받은 현대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고, 비싼 돈을 주고 산 에쿠스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때마침 미쓰비시의 프라우디아 판매 대실패와 재정위기로 인한 단종으로 V8 반쪽 라인센스를 현대에게 넘겨줬고, 현대는 곧바로 V8엔진에 원수같은 GDI를 삭제하고 일반적인 멀티포트 인젝션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크게 데인지라 한동안은 GDI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GDI의 즐거움을 알기 전에 아픔을 먼저 알았기 때문이죠.
한편 이와 비슷한 시기에 푸조 & 시트로엥, 볼보가 미쓰비시에서 사와 도입했다가 뱉었다고 합니다. 물론 트러블 문제였겠죠?
위의 사례와 같이 20세기 직분사 기술은 뭔가 꺼림칙한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는 아닙니다. 바로 폭스바겐이 이런 분위기를 와전시키고 직분사를 세계적인 유행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역시 아무리 일본이 기고 날아도, 역시 독일은 힘든 상대일까요? 폭스바겐은 2000년 선보인 루포 1.4에 FSI라는 직분사 엔진을 올렸지만 일본과 다르게 크게 성공합니다.
어째서 일본은 실패하고 독일만 성공했을까요? 답은 그들이 추구했던 방향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연비에만 초점을 맞춰 초희박연소에만 신경쓰다보니 연료는 까다롭게 먹고, 노킹에 민감해 조건이 조금만 나빠도 트러블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연비만 추구한 게 아니라 전체적인 성능을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초희박연소를 하지 않았고, 압축 비를 늘려 출력을 보강해 사람들의 선호도에서 맞추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보쉬가 개발한 150바 고압연료분사 장치와 폭스바겐이 가진 뛰어난 기술력은 FSI가 출력과 연비 모두를 만족시키면서도 트러블도 적어 전 차종에 적용하기도 하고 수출도 과감히 할 수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줬습니다.
사실 폭스바겐 말고도 직분사에서 눈에 띄는 회사가 있는데 바로 BMW입니다. 그들도 전 라인업에 직분사 기술을 도입하고 있죠. 하지만 단순히 직분사 기술만 장착했다면 소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를 응용해 다운사이징 터보를 유행시켰기 때문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직접분사를 하면 고압축한 연료가 팽창하면서 엔진을 냉각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디젤이 열에 약한 터보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 중 하나 이기도 하죠. 이 장점을 활용하여 휘발유 엔진에 직분사 시스템과 함께 배기량을 낮추고 대신 터보로 출력을 보강하여 연비와 성능 모두를 잡았습니다.
심지어 단가를 낮춰보기 위해 BMW만의 밸브타이밍 기술인 밸브트로닉도 필요 없다고 쿨하게 삭제하는 모습도 보여주죠. (물론 까불다가 요즘은 울면서 다시 추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운사이징 터보도 먼저 하기로는 폭스바겐이 빨랐지만 2.0 TFSI말곤 만들지 않았는데, BMW가 다양한 엔진으로 대 성공을 거두니 폭스바겐도 덩달아 3.0 수퍼차저 FSI를 만드는 등 뒤늦게 뛰어들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연비와 친환경이 갈구되고, 소비자는 고성능을 원하는 분위기에서 다운사이징 터보는 큰 유행이 될 것입니다. 이미 많은 메이커가 따라서 시행 중이고요.
이렇게 폭스바겐, 아우디, BMW가 직분사로 크게 성공 이후 연구소에만 모셔두던 직분사를 장착한 차량들이 우우죽순 쏟아져 나왔습니다. 포드 그룹, 피아트 그룹, GM그룹 등 대형 기업에서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고, 토요타도 폭스바겐의 사례를 눈치 빠르게 적용하여 내놨습니다. 심지어 최근엔 판매량이 많지 않은 재규어나 페라리, 포르쉐도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에 띄는 건 역시 가장 먼저 직분사를 도입한 적이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아닐까요? 사실 벤츠에게 직분사는 300SL 단종 이후 오랜만에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벤츠가 다양한 엔진에 보급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벤츠 말고도 대부분 메이커가 전 차종 보급을 꺼리는 실정입니다. 왜 그럴까요?
소음? 그건 크지 않습니다. 가격? 비싸지 긴 하겠지만, 요즘 차들이 걱정할 건 아니죠. 그럼 뭘까요? 바로 까다로운 식성 때문입니다. 사실 BMW나 아우디 같이 고급 브랜드에선 ‘이 차는 고급엔진을 사용하므로 고급연료만 먹여야한다.’라고 명시하면 끝이지만, 대중 차에 그딴 문구를 달았다간, 아휴 큰일 납니다. 안 그래도 고유가로 힘들어 죽겠는데, 고급유라뇨?
특히 저급 휘발유도 따로 파는 미국 시장에선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GM은 일반 휘발유도 잘 먹고 제 성능을 낼 수 있는 직분사 엔진을 만들고 CTS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2008년에 만들어져 아직 검증단계이고 시간 상 많은 모델에 보급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많은 차량들이 장착되고 많은 메이커들이 GM처럼 일반 휘발유에도 견딜 수 있는 직분사 시스템을 만들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사가 안되니까요.
한편 GM의 CTS의 GDI기술은 국산차에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베리타스 3.6 SIDI를 통해서인데요. 물론 CTS보단 성능이 낮지만, 일반 휘발유로도 재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럼 직분사 기술을 보유해놓고 사용 못하는 현대는 뭘 할까요? 고성능과 고연비를 요구하는 분위기는 현대에게 에쿠스의 아픔을 딛고 직분사 설계도를 다시 펼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현대의 포커스는 직분사의 고출력, 고연비를 유지하면서 국내 분위기에 맞춘 일반 휘발유 사용이 가능한 엔진입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완성한 직분사 엔진이 이번 YF 쏘나타 F24 GDI에 장착된 엔진입니다. 우선 지금까진 성공적입니다. 동급 최고의 출력과 최고의 연비, 최저의 이산화탄소배출량, 그리고 일반 휘발유에도 제 출력 발휘는 거의 완벽한 작전성공입니다. 그 자신감이 바로 수출을 준비할 정도로 이어지고 있죠.
건 과거를 생각했을 때 그냥 간과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열심히 개발한 2.4 GDI엔진이 당장 트러블이 있다고 단정 짓는 건 아닙니다. 다만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이죠. 이는 현대도 매우 신경써야 하고, 소비자들도 매우 신경써야하는 점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물론 연구소에서 실험으로 검증되고, 실차 테스트도 충분히 했겠지만, 어느 제품이 그렇듯 새 제품에서 문제 발생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다만 그 상황을 대처하는 자세에서 판가름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현대처럼 일처리 했다간 에쿠스 V8 GDI 꼴을 면치 못하고 외면당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고장에 민감합니다. 안 그래도 고장 없기로 소문난 토요타가 악셀 리콜로 한방에 훅 가는 모습을 지금 현대가 지켜보고 있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경영방법이 비슷해 굉장히 걱정되는데. 지금처럼 원가절감 하다간 토요타 꼴을 면치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GDI를 들고 온 현대는 지금이 위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간혹 문제가 생기면 지금까지 투자가 물거품으로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대차는 서비스와 상품성을 계속 강화해야 됩니다. 물론 지금처럼 형편없으면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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