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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이름없는 별 하나

10.26 상황을 알면 알수록 음모론에 빠지는데?

by 윙혼 2024. 1. 5.

나는 여태까지 김재규가 간경화로 수명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존경했던 박정희가 타락하는 것을 보고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10.26을 일으켰다 생각했거든. 그런데 세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김재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목적을 가지고 10.26을 일으켰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일단 정승화는 박정희가 죽기 전까지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거라 생각해

 

대통령 유고 시 육군 참모총장이 계엄 사령관이 되는데 정승화가 사전에 김재규의 계획에 동참했다면 10.26 당시 사건 현장에서 정승화를 부르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굳이 정승화를 불러서 같이 범행 현장을 빠져나왔고 정승화는 육본에 도착해서 수방사 병력을 동원해 청와대와 경호실을 포위함. 누가 봐도 수상한 행동을 한 후에 계엄 사령관이 됨. 정승화는 진급 누락이 확정되어 있었지만 김재규의 강력한 추천으로 승진해서 육군 참모총장까지 올라간 인물이야

 

10.26 당시 정승화가 그 자리에 없었어도 김재규와의 친분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을 인물이지. 이건 김재규가 의도한 거야. 김재규가 대통령 시해 후 모든 권력을 잃어버리면 정승화는 연줄은커녕 대통령 시해범과 친했던 사람이라는 인식마저 박히게 되는 거야. 김재규는 정승화를 자신과 운명 공동체로 엮어 버리고 10.26 이후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

 

 

 

정승화는 10.26 당시 김재규의 호출로 사건 현장 반경 50미터 이내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과 경호실 요원들이 교전하는 총성을 듣고 피와 땀 범벅이 된 김재규를 만나 사건 현장에서 육본으로 같이 이동했기 때문에 대통령 유고시 육군 참모총장은 계엄사령관이 되는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을 수 없었어. 그런데 그런 사실을 숨기고 계엄 사령관이 됐다면 김재규와 거리를 두는 것이 맞아

 

그런데 정승화는 11월 24일 계엄확대회의에서 "10.26사건은 애석하나 국가와 국민 전체의 불행은 아니다. 박대통령 체제는 잘못되었으므로 시정돼야 한다"는 발언을 해. 이게 박정희 잘 죽었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 아니야? 공식적인 자리에서 계엄 사령관 직함을 달고 이런 발언을 한 거야

 

그 후 11월 26일 정승화는 언론사 사장단과 편집국장들을 초청해서 "김대중은 사상적으로 불투명한 사람이다. 김영삼은 무능하다. 김종필은 부패했다. 만일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면 군은 쿠데타를 일으켜서라도 막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해

 

11월 17일 김재규는 육군본부보통군법회의에서 김대중은 사상에 하자가 있고, 김영삼은 무능하고, 이철승은 벚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일단 특정 세력의 조작이 가능한 자료는 접어두고 조작이 불가능한 검증 자료만 놓고 가설을 풀어볼게

 

언론사 불러서 김재규와 비슷한 말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쳐도 계엄 사령관이 대통령을 허가할 권한 까지는 없을 거잖아. 마음에 정해둔 대통령 감이 있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쿠데타 일으키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 사람이 김재규 일 수도 있는 거잖아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엄청 어질어질 한 거야. 김재규가 10.26 직전에 아버지 묘를 후손이 왕이 될 묏자리 봐서 옮긴 것도 사실이거든. 나는 여태까지 김재규가 그래도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10.26을 일으켰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가던 자세한 정황을 들어보니 정권을 쥐겠다는 확실한 야망을 가지고 방아쇠를 당긴 거였어. 정승화가 10.26을 얼버무리는 이유는 자신이 작업당했다는 것을 밝히기 부끄러워 서였을 가능성이 있다 생각해

 

보니까 김재규가 정승화 작업 치고 끌어들였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난 여태까지 이후락이 최고의 중앙정보부 부장인 줄 알았는데 10.26과 그 이후 정황들 보니까 김재규도 머리 쓰는 것만 보면 이후락 못지않은 것 같아. 조갑제가 김재규는 우직하고 저돌적인 성격이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음모론 더 돌리자면 김재규가 5.18에도 개입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 뭐 내 뇌내 망상이지만. 하여간 어질어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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