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를 결정한 후 아프간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어.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탈출하는 난민들이 탈레반을 피해 도망가는 모습은 혼란 그 자체였지. 미국이 20년간 엄청난 돈과 병력을 파견하고도 포기한 아프가니스탄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알아봤는데 확실히 일반적인 국가들과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는 국가였어
다양한 부족들의 집합체여서 국가 단위로 뭉치기 어렵기도 하고 도시와 시골에서 미군을 보는 시각도 전혀 다른 편이었어. 황당한 것은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테러단체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었어. 탈레반은 유입된 테러단체의 파벌 중 하나고 그런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했지만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있을지는 의문인 상황이지. 이야기하면서도 정리가 안돼서 복잡한데 나름대로 정리해볼게
일단 아프간의 부족 분포 지도를 보자고. 아프간의 부족 분포 지도를 보면 여러 부족이 모여 있는데 각각 인종, 언어, 문화가 달라. 그리고 주변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내부에서 분열이 생기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서 내전이 일어나기 딱 좋은 상황이지. 아프간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 구성원이라는 정체성과 자신이 속한 부족 구성원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어
중앙정부가 들어서도 부족들을 하나로 묶기 어려우니 강력한 부족이 다른 부족들을 힘으로 눌러서 유지하거나 지금처럼 중앙정부는 형식상 존재하고 부족들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국가야. 그런데 탈레반이 온 국토를 돌아다니며 활개 치고 있으니 강력한 중앙정부가 들어서서 이들을 막아야 하는데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 같은 독재자를 옹립할 수는 없잖아
지금 아프간에 필요한 것은 철권을 휘둘러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이끌고 외부적으로는 탈레반과 싸울 강력한 지도자인데 이런 지도자는 독재를 할 수밖에 없어. 그나마 미국이 정부를 새워주고 많은 지원을 해줘서 도시를 중심으로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지만 시골은 또 다르거든. 아프간의 시골은 아편의 재료가 되는 양귀비가 가장 큰 수입원이야
미국은 마약의 재료가 되는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는데 탈레반은 재배한 양귀비를 사서 자신들의 군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에 비싼 가격으로 팔아. 그래서 미국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시골 사람들은 미군보다 탈레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 반대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미국과 협조해서 사는 사람들이니 미군이 철수하면 탈레반에게 억압을 받게 되는 거지
도시의 주변에서는 탈레반을 싫어하지 않아서 미군이 철수하자 환영하는 분위기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탈출하려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
정리하자면 아프가니스탄은 전적으로 미국에 의지해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고 미국에 의지하지 않으려면 강력한 독재정권이 들어서야 하는데 미국은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던 거지. 미군의 철수로 딜레마는 끝이 났고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기존 정부는 산산이 흩어졌어. 이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가지려는 반군들이 모여들고 있는데 이들의 행보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야
여기서 잠시 의문을 가져보자. 탈레반이 테러단체이긴 하지만 국가를 점령하게 되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아니라고 봐. 애초에 얘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애정이 있는 애들이 아니거든. 이슬람 성향의 테러단체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모여든 이유는 아랍 국가들이 자국의 반사회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추방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생각하거든
냉전시절 소련은 아프간을 침공했고 미국은 아프간을 지원했지. 이것과 맞물려 아랍 국가들은 성전이라는 명분으로 자국의 실업자, 반사회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아프간에 용병으로 꾸준히 보냈어. 소련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고 냉전은 끝났지만 그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어. 반사회적 성향의 게릴라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환영할 나라는 없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국제적 미아가 되었고 아프간의 오지를 떠돌고 있었던 거야.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 싸움을 통해서만 뭉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들을 규합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 9.11 테러였던 거지. 그들에게 정착할 나라가 생긴다 해도 국가를 운영할 그릇이 될 사람들이 아니야. 분열하여 싸우는 것을 반복하겠지.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을 사랑해서가 아닌 갈 곳이 없었던 것일 뿐이었으니까
탈레반과 맞서 싸우는 반군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나마 아프간을 안정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긴 해. 하지만 그들이 탈레반을 무장해제시키고 강력한 중앙권력을 만든 후 유지시킬 수 있을까? 강력한 중앙권력 없이 부족들의 연합으로 남게 된다면 아프간 곳곳에 숨어있는 테러단체들을 근절하는 것은 어려울 거야
과연 미국은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아프간에서 철수를 했을까? 미국이 구상한 미래는 구현될 수 있을까? 미국의 계획대로 아프간이 테러단체의 소굴이 아닌 정상적인 국가가 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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