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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이름없는 별 하나

과거 일본 에니와 요즘 일본 에니는 무엇이 다른가?

by 윙혼 2020. 12. 18.

 

 

선요약하자면 한 가지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라. 시작되는 주제에서 파생되는 질문들을 등장 캐릭터를 이용해 시청자에게 던지고 결론을 내리며 이야기를 풀어 나가라. 다수의 주제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결론을 제대로 내리는 것이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결론 내리는 과정을 특정 연령층에 국한된 시각으로 풀어내지 마라. 최대한 모든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전개를 펼치면 결론도 받아들이기 쉽다

 

 

 

원나블로 불리며 일본 만화의 삼대장 역할을 했던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는 초심을 잃고 전투력 수치를 중시하는 그저 그런 베틀물이 되어 버렸어. 저 작품에 묻힌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고 그 후에 인기를 끌고 있는 원펀맨,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히어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지만 점점 전투력 수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단계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도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할 거야. 한번 기획을 했으면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내야 하니까 인기가 있으면 분량을 최대한 늘려야 하고 전투신의 비중을 늘리면 분량을 늘리기 쉬우니 이야기가 전투 중심으로 흘러가지. 그러다 보니 전투력 수치를 중시하게 되고 처음 기획과는 다르게 점점 이야기는 산으로 가게 되는 거야. 요즘 일본 에니의 질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지

과거 일본 에니는 연령을 초월하는 철학이 녹아있었기 때문에 아동용이 아니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철학을 녹여내다 보니 시청 후 감동을 넘어 세상에 대한 무언가를 배웠다는 뿌듯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런 작품들은 시작할 때 하나의 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어. 강철의 연금술사의 등가교환,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진화를 위한 도전을 보면 처음 가지고 온 주제를 끝까지 이어가서 결론을 내리는 공통점이 있어

시청자들은 주인공과 해당 주제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여정 끝에 주인공과 같이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지. 그런 작품은 마지막 화를 보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돼. 그렇지 못한 작품은 밀린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드는 거고. 억지로 분량을 늘린 작품의 마지막 화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게 될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 생각해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 꼰대가 되어 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세상에 대해서 더 많이 알기 때문에 변하는 것도 사실이야. 일본 에니는 단순히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이유가 아니라 깊은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성인용으로 생각되는 작품들이 꾸준히 나왔었어. 그런데 언제부터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들만 나오기 시작했어

과거 명작 일본 에니를 다시 보면 철학의 깊이가 느껴졌는데 요즘 일본 에니는 오히려 철학의 깊이는 얕아졌어. 그림은 좋아졌고 효과도 화려해졌지만 보고 난 후 감동은 옅어졌지. 그냥 무덤덤하고 보던 거 마저 봐야겠다는 의무감으로 마지막화를 보게 되는 것 같아. 이것이 단순히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인지 일본 에니의 수준이 후퇴해서 그런 것인지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워

어쨌든 과거 일본 에니를 보며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끼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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