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이돌 덕질을 해본 적이 없고 럽폭도라 불리는 사람들처럼 에니메이션 캐릭터를 신봉해본 적도 없어. 내 관점에서 둘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아. 아이돌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에니메이션 캐릭터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차이는 있지만 아이돌도 잠정적인 팬층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한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생각해.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돌로 데뷔했어도 세상일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팬들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아이돌과 점점 멀어지게 될 테니까
그런 이유로 난 아이돌의 이미지를 추종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팬덤 문화도 이해하기 어려워. 그렇다고 남의 취미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어. 자기가 좋아서 즐기는데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되는 거잖아. 물론 아이돌 산업이 몰락한다는 표현은 과할 수도 있다 생각해. 발전된 딥페이크 기술이 러브라이브 같은 가상의 캐릭터를 구현해서 대중들이 그것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니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아
K-POP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한국의 아이돌 산업이 흥행하고 있는데 앞에서 말한 이유로 나는 이것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 생각해. K-POP이 유행하는 이유는 소수의 작곡가와 안무가가 틀을 만들면 다수의 연습생들 중 뛰어난 사람들을 선별해서 데뷔시킨 후 지속적인 마케팅을 해주는 시스템이 잘 짜여졌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합숙생활을 하고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어. 사생활을 중시하는 서구권 국가들은 적용할 수 없는 시스템인 거지
장기적으로 한국도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게 될 것이고 아이돌 산업은 쇠퇴하게 될 거라 생각해. 뛰어난 작곡가와 안무가는 여전히 수요가 있겠지만 많은 연습생들이 필요할 이유는 없어질 거라 생각해. 작곡가와 안무가가 틀을 짜면 딥페이크 기술로 무대를 구현하고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목소리를 입히면 완성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갈 거야. 목소리까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도 있는 거고
처음 하츠네 미쿠를 봤을 때는 이해를 못했는데 따지고 보면 아이돌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하츠네 미쿠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종이 한 장 차이라 생각하게 됐고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을 보면서 저것이 미래의 아이돌 산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 그때가 오면 나는 그런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지금의 아이돌 문화에도 적응을 못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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