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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이름없는 별 하나

일제시대 조선과 일본은 단순한 적대 관계였을까?

by 윙혼 2020. 10. 18.

 

 

한국인들은 세계사와 국제정세를 한국의 입장에서 보는 성향이 강해. 외국에서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는 궁금하게 생각해도 그들이 어떤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런 논리구조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편이야. 국제정세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고 이런 흐름들이 모여서 세계사가 되는 거야. 그런데 한국인들은 세계사를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한국인이 일제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한국인의 그런 성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 이런 성향은 피해자의 감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국민 정서와 맞물려 일본을 잔인무도한 가해자로 묘사하는 것에만 몰두하게 만들고 있지. 이런 말을 한다면 일본의 침략을 옹호하는 거냐 반문하겠지만 나도 한국인이고 일본의 침략이 잘못된 것을 부정하지 않아. 다만 일본은 왜 조선을 침략했고 당시 조선은 일본이 시키는 데로 따르기만 했는지 돌이켜보자는 거야

무조건 일본은 나쁜 놈이고 우리는 피해자라는 것만 내세워서 우리가 얻는 교훈이 뭐지? 그냥 우리끼리 뭉쳐서 싸우면 되는 건가? 국제사회는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아. 국제정세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변화할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하면 구한말의 조선처럼 몰락하는 거야. 일본은 조선과 달리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읽고 자신을 변화시켰어. 그것이 당시 조선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였어

그래도 한강의 기적으로 일본과 경제적 격차는 상당히 줄었지만 국제정세를 판단하는 수준은 아직도 크게 차이 나고 있어. 남북문제를 남한과 북한 둘 사이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북한의 실체는 외면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왜곡된 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한국인이야. 나는 일제시대를 바로 보는 것이 한국인의 뒤틀린 국제시각을 푸는 첫 단추라 생각하고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하는 것이 무조건 맞다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이 바라보는 시각보다는 중립적이라 생각해

잡설이 길었고 내가 생각하는 일제시대 당시의 조선과 일본의 입장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해볼게

 

 

 

구한말의 국제정세는 서구권 국가들이 급격하게 식민지를 확장하던 시기였어. 조선과 일본은 극동이라는 지리적 환경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게 그들의 손길이 미쳤지만 식민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어. 일본 역시 을사조약 이전 미국과 가나가와 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을 맺었어. 일본은 이 불평등 조약을 발판 삼아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서구권 국가들이 강력한 기술과 사회 시스템을 발판 삼아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확대하는 국제정세를 목격하게 돼

당시의 국제정세는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이 되던지 식민지가 되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었어.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조선 침략은 선택사항이 아니었어.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에 비해 구한말 조선의 상황은 어땠을까? 서구의 열강들이 극동 지역으로 식민지를 확장해오는데 조선은 스스로 존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었어. 일본처럼 스스로 근대화에 성공해서 식민지를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했지

동학농민운동과 임오군란 이 두 가지 사건만 보면 당시 조선의 참담했던 상황을 알 수 있어. 관료들이 부패해서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봉기했지만 조정은 그것을 막을 힘이 없어 청과 일본에 파병을 요청해야 했고 장기간 봉급을 착복당한 군인들이 항의를 하자 국가가 휘청여서 놀란 군인들이 흥선대원군에게 달려가 자신들은 단순히 봉급 착복에 대한 항의를 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었지. 오랫동안 지속됐던 조선의 시스템은 붕괴 직전이었고 다른 열강들의 마수를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나마 청에 의존하여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조선은 일본이 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일본의 식민지가 될 것인지 끝까지 싸울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했지만 당시 조선은 스스로 존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었어. 그래서 일본과 협조하는 것을 선택한 거야. 아무런 힘이 없던 조선이 어떻게 일본과 협조할 수 있었을까?

 

 

 

청을 상국으로 모시며 체제 유지에 급급했던 조선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왕실의 안위였고 일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조선의 협조였지. 당시 일본은 서구의 열강들이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확장하는 것을 보고 근대화에 성공한 후 그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한 상태였어. 조선은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였고 교두보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는 것보다 협조를 통하여 같이 식민지를 확장하고 싶어 했어

물론 국력의 차이가 크니까 일본인을 1등 국민, 조선인을 2등 국민으로 취급하려 했고 당시 조선의 지도층들은 그것을 수락했어. 그렇기 때문에 조선은 총 한번 쏘지 않고 주권을 일본에 양도한 거야. 물론 저항하는 조선인들도 있었지만 협력하는 조선인들도 많았고 저항하는 조선인들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어.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조선인들의 저항을 무조건 찍어 누르지 않았던 것에 있어

일제시대는 크게 무단통치, 문화통치, 민족말살 통치로 나뉘잖아. 총칼을 앞세운 을사조약을 통해 무단통치를 하다가 3.1운동으로 조선인들의 반발이 심한 것을 확인하고 문화통치로 전환했고 만주사변을 통해 식민지 확장에서 일본인과 조선인으로 구분하면 힘을 합치기 어려우니 일본인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가지게 만들고 싶어서 민족말살 통치로 전환했던 거지

 

 

 

나는 절대로 민족말살 통치가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조선이라는 나라도 깊은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말살하고 일본인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분명히 야만적인 행동이었어.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차별과 착취가 목적이면 왜 일본인으로 편입시켜?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분하고 차별해야지 왜 같이 대우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일본의 목적은 조선의 협조였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펼쳤던 거야. 일제시대 당시 조선에 대한 정책이 일본과 일본인에게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큰 목적은 조선의 협조였어

그렇다면 조선은 순순히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손놓고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앞에서 말했듯 조선은 스스로 존립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가 체계가 마비된 상황이었어. 그래서 일본과 싸울 능력이 없었고 일본의 밑에서 힘을 키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거야. 일본이 청과 러시아를 이기는 것을 보고 일본에게서 배우면 우리도 일본처럼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본과 협조했던 거지

 

여기서 일본과 조선의 입장에서 큰 차이가 나는 거야. 일본은 조선과 힘을 합쳐서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장기적으로 조선을 일본에 병합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거지. 조선은 잠시 일본의 밑에서 힘을 키우다 국가를 운영할 수 있게 되면 독립을 하겠다는 것이었어. 그전에 직접 식민지를 만들 수 없으니 일본 밑에서 식민지 건설에 동참했던 거야.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이 조선을 착취할 목적으로 통치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본의 목적은 착취가 아니었고 조선도 단순하게 일본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었어

 

 

 

착취던 아니던 일본이 나쁜 것은 맞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그런데 내가 아끼는 물건 훔쳐 간 사람을 절도죄로 고소해야지 강도죄로 고소하면 안 되는 거잖아. 법정에서는 사실을 기반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 모두를 반영해서 판결을 내리는 것이고 가해자의 범행 동기도 참조사항이야. 당시 일본은 식민지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었고 조선 역시 같은 입장이었어

조선은 조선인들이 1등 국민은 될 수 없었지만 2등 국민의 입장에서 식민지 건설에 동참하는 것을 택했고 만주와 태평양 전쟁에서 협조한 조선인들의 수는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조선인보다 훨씬 많았어. 그렇다면 일본에 협조한 조선인들이 단순한 배신자들일까? 보다 나은 조선인의 대우를 위해서 동참한 사람들도 있었고 자신의 정체성이 일본인이라 생각해서 동참한 사람도 있었을 거야

당시의 국제정세는 조선이 일본에 협력하는 것을 강요했고 일본도 조선의 협력이 절실했기에 일본은 착취를 목적으로 한 통치를 할 수가 없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왜곡해서라도 일본을 악독하게 기억하려는 노력은 조선이 일본에 협력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염원 때문일 거야. 해방 이후 일본제국에 저항하여 자유진영, 공산진영에서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은 남한과 북한을 새웠고 남북 모두 일본의 밑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던 인재들을 중용했어. 냉전이라는 국제정세는 남북 모두 그들을 중용하기를 강요했지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해. 국제정세는 절대 한 국가의 입장에서 돌아가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힘없고 눈치 없던 조선은 이리저리 치였던 거야. 일본이 나쁘긴 했지만 조선이 이리저리 치인 것은 조선 스스로가 가장 큰 문제였던 거지. 일본이 조선에 했던 잘못은 시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해 못 할 행동들은 아니었어. 우리가 일본의 입장이었다면 더 잔인했을 수도 있었을 거야

남한과 북한의 분단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신경전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거야. 그런데 한국인들은 남북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국제정세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일제시대처럼 이리저리 치이는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거야. 역사는 반복되지만 흐름을 읽고 준비를 한다면 피해는 최소화하고 이익은 최대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한국인들도 세계사와 국제정세를 한국의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넓게 볼 수 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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