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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이름없는 별 하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계급을 정당화하는 한국인들

by 윙혼 2020. 6. 23.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 때문에 말이 많아. 기존의 정규직 직원들은 많은 스펙을 쌓는 노력을 해서 겨우 정규직이 될 수 있었는데 이번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던데 의견들을 보면서 나는 경악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토론보다는 정규직이 되는 기준에 대해서만 토론을 하고 있었거든

이 문제는 단순하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분법으로 볼 문제가 아니야. 나는 노동자에 대한 급여와 복지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 아닌 노동의 전문성과 강도 그리고 노동으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종합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 말을 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계급을 나눠놓은 기존의 시스템에서 노력해서 정규직에 들어간 사람들은 억울하다 느낄 수도 있어. 안정된 고용, 높은 급여와 복지를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쟁취한 것이니까

그런데 스펙이 높은 사람과 스펙이 낮은 사람이 같은 강도의 노동으로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는데 다른 급여와 복지를 누리는 것이 평등일까? 스펙이 높은 사람은 스펙을 활용하여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하는데 신분제를 만들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잘못됐다 생각해. 지금 한국의 노동 시스템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제를 노력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고 있어

 

 

몇년 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열광했던 국민들이 막상 전환하니까 불평등한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노력으로 신분상승해야 하는데 노력없이 정규직 전환을 쉽게 얻었기 때문이야. 노력에 대한 보상은 검증된 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부가가치 높은 일을 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해야지 신분을 나누고 높은 신분으로 올라가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

물론 내가 주장하는 것이 회사 내의 직급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야.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많은 책임을 지고 보다 부가가치 높은 일을 하기 때문에 낮은 사람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거야. 나는 같은 책임을 지고 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차이 때문에 다른 급여와 복지를 받는 것을 반대하는 거야. 동일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 임금을 받는 것이 맞아

더불어 최저 시급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처럼 비교적 편한 일과 택배 상하차 처럼 힘든 일이 있는데 두 직종에 같은 최저시급을 적용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아.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일이라도 근무 강도에 따라서 다른 급여를 받는 것이 맞지. 하지만 한국은 꼬우면 노력해서 정규직 하라는 논리로 이런 불합리한 것들을 묵살해왔어. 그리고 전 국민을 정규직화 하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었던 거지

한국인들은 이제서야 전 국민의 정규직 화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야.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계급을 나누고 차별하는 것을 정당화한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코로나 여파로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자신들이 얼마나 허망한 주장을 해왔는지 확실하게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했던 노동개혁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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