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가 오늘 세상을 떳다. 어린시절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라대도 꿈쩍도 않던 어머니가 친하던 이웃 아주머니가 개를 키우는 것을 보고 덜컹 입양하였던 녀석이다. 그때가 내 나이 20살 때였다. 돌이켜보면 이녀석은 나의 가장 꽃다운 시절일 20대 시절을 같이 보낸, 내가 키운 최초의 개다.
초롱이는 어릴적 약하게 태어나서 어미가 젖을 잘 주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식탐이 많았던 녀석이다. 뭐 우리가 개를 처음 키워서 밥을 안먹으면 고기를 얹어서 먹였던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자유분방해서 산책할때도 자기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개들에게 시비를 걸어대던 녀석이였다. 비록 살이 많아 무거웠지만 움직임에 탄력이 있었고 싸움은 잘 하지는 못했지만 덩치 큰 개에게도 짖으며 달려들고 보는 깡다구 있는 녀석이였다.
20대 초반 철이 없어 약간 짓궂은 장난을 처도 받아주며 내가 군대에서 첫 휴가나왔을 때 나를 못알아본 것이 마음에 걸려 복귀 후 군복입은 사람만 보면 따라다녔던 녀석이였다. 힘들게 장기출장 갔다 왔을 때에는 평소에 없던 애교를 부리며 쓰다듬어달라고 보채던 녀석이였다. 나와 같이 자는 것을 싫어해서 억지로 대리고 자면 내가 자는 것을 기다렸다 도망을 가고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면 베개를 툭툭치며 시위하던 녀석이였다. 간혹 같이 잘 사람이 없어서 나와 잘때 왼쪽에 초롱이를 오른쪽에 루비를 끼고 누워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이였다. 까칠 도도하지만 은근히 애교도 많았던 그런 녀석이였다.
차타는 것을 좋아해서 아기들 낳지 않고 버티다가 차를 타자마자 아이를 낳아대던 녀석이였고 눈도 못뜨던 녀석들이 자기 밥그릇 근처만 와도 으르렁 대던 녀석이였다. 하지만 잠자는 아기들도 깨워서 젖을 물리며 아이들을 토실토실하게 키우던 그런 녀석이였다. 아기들 낳고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어 털수가 적어지고 윤기도 없어졌지만 성격만은 살아있던 녀석이였다.
죽고난 후 후회가 많이 남는것은 당연한 일이갰지만 나이들고 힘이 없어서 산책을 하지 못할때에 강아지용 유모차나 그렇게도 좋아했던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산책시켜주지 못한것이 가장 후회되는 것 같다. 쉬는 것이 오래되어 여윳돈이 없어서 해주지 못한것이 후회가 남지만 그래도 가는 순간 옆에서 지켜줄수 있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한다.
저번주 금요일 밤에 나를 계속 쳐대며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밤세도록 보채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우이길 바랬는데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그때 눈의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이것이 죽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몇초뒤에 들었다. 그 녀석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본 것이 나의 얼굴이였다는 것이 그녀석에게 의미있는 일이였으면 좋갰다.
나의 첫 강아지. 개라는 것이 어떤 동물인지 일깨워준 초롱이는 오늘 세상을 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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