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했던 햇볕정책

햇볕정책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왜 이걸 허가했는지 의문이 들었어. 북한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을 미국에 수출해 북한이 돈을 벌게 되면 자동으로 개방하게 된다는 논리였기 때문에 미국이 허가하지 않았다면 햇볕정책은 실행되지 않았을 거야. 나는 햇볕정책 설계 과정에서 미국이 개입 이상의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미국의 시각으로 햇볕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풀어보려 해

중국과 소련을 이간질시키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중국을 자유시장에 끌어들인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했고 그로 인해 북한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어. 중국은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에 신경 쓰면서 북한에 소홀해지기 시작했고 북방외교로 러시아마저 북한보다 한국을 우선하기 시작했지. 다른 공산진영 국가들처럼 개방하기에 북한은 공산주의가 아닌 변질된 주체사상으로 운영되던 집단이었기 때문에 핵개발을 통해 고립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돼

미국은 크게 분노했어. 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한국은 물론 대만, 일본도 핵무장을 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야. 미국이 절대 원하는 상황이 아니지. 당시 미국은 진짜 전쟁을 하기 위해 지휘부와 병력, 물자들을 한반도로 이동시켰어. 하지만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미국의 북폭을 막았지

이 시기에 미국은 냉전을 승리로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독보적인 패권국이었고 러시아는 냉전의 후유증으로 내부 문제에 신경 쓰기 바빴고 중국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던 시기였어. 이 두 국가 입장에서 인접한 북한이 핵개발하는 것은 찝찝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영향력 밑으로 들어가는 건 더 싫기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했던 상황이었어. 한국만 결단을 내렸다면 끝났을 상황이었던 거지

 

 

 

하지만 한국이 극렬하게 반대하자 미국은 계산기를 두드렸을 거야. 미국은 월남전을 계기로 한국을 성장시키겠다 마음먹었거든. 월남에서 고전하던 미국은 열악한 장비와 시대에 뒤떨어진 훈련을 받은 한국군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었어. 투철한 반공정신으로 무장한 한국군은 그런 우려를 순식간에 불식시키고 빛나는 전과를 내면서 미국은 한국을 동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는 동맹국으로 낙점했던 거지

그래서 유사시 중국의 베이징을 압박할 교두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키우고 있었는데 바로 위의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에 크게 실망했을 거야. 그리고 북한을 유심히 보며 한국을 대신할 군사 동맹국으로 가능성을 타진했다 생각해. 물론 자유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 기 때문에 동등한 동맹국으로 편입하기 위해서 긴 시간을 들여 북한의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했지만 민간군사업체가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교전비로 활약하던 시기라 민간군사업체로의 가능성을 더 봤을 거라 생각해

그에 필요한 비용은 한국이 대면되는 거고 미국은 북한에서 생산하는 공산품을 싼 가격으로 구입하기만 하면 된다는 결론을 내린 거지. 북한의 주체사상이 스탈린이나 모택동 정도의 선전도구였을 거라 생각한 것이었지만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기 수준이었던 것을 몰랐던 미국의 오판은 햇볕정책의 실패로 이어졌고 이것은 한국 입장에서 큰 비극이었어

 

 

 

김영삼 정부는 미국의 선제타격을 막았기 때문에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입장이었어. 김영삼 정부가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고 미국이 설계한 햇볕정책대로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 내야만 했지만 김영삼의 임기는 끝났고 다음 대통령이던 김대중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햇볕정책을 시행해야만 했어. 미국보다 북한을 잘 이해하고 있던 한국은 북한의 개방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더 이상 미국의 눈밖에 나는 선택지를 고를 수는 없었다 생각해

햇볕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에 김씨 왕조의 안위를 약속해 달라 부탁했지만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미국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탁이었고 햇볕정책이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거라 판단한 북한은 핵개발을 재개하며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거야.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은 큰 타격을 입었고 김대중 라인의 세력들은 정치적 관성 때문에 겉으로는 북한에 우호적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상당한 원한을 가지고 있을 거야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했을 때 한국이 미국보다 한 발 앞서서 핵시설의 원점타격을 추진했다면 햇볕정책이 틀어지는 과정에서 겪었던 비극들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필요할 때 군사적 행동을 하지 못한 업보는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들이 지게 됐지

 

 

 

사람들은 김대중 정부가 원해서 햇볕정책을 추진했다 생각하지만 조기에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결과였고 김대중 정부는 선택권이 없었다 생각해. 발전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투발기술을 보면서 필요할 때 군사력을 투사하지 못하면 더 큰 위협으로 돌아온다는 교훈을 얻으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비망록이 나오길 기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