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낙원을 찾아서/창밖의 달빛

루루와 알파독 증후군

by 윙혼 2024. 1. 3.

 
 
초롱이와 루비를 20년 넘게 키웠더니 중형견은 몰라도 소형견 정도면 무리 없이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 딱히 다시 개를 키우자니 여러모로 귀찮아서 개 키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얼떨결에 루루를 키우게 되었음. 소형견 치고 조금 크긴 했지만 푸들이니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키울수록 다르더라. 애가 학대당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공 들여 훈련시켰다는 느낌도 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녀석이었어

그래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니 알파독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있었어. 개가 자신이 주인보다 서열 위에 있으려는 성향 같은 것을 알파독 증후군이라고 하더라. 1년 6개월 지난 지금은 그래도 그럭저럭 적응했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 산책 때가 돼서 루루도 나가고 싶어 하는 상황이야. 그런데 나갈 준비 하니까 집에 쏙 들어가는 거야. 그래서 안고 나가려고 하면 "왕" 하면서 내 손을 다치지 않지만 통증을 느낄 정도로 물어

산책에 대한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거지. 개껌을 씹고 있을 때 주변에 가면 경계하면서 절대 손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웬만하면 고쳐보려고 했는데 포기했고. 알파독 증후군에 대한 사례들을 검색해 봐도 얘만큼 심한 애는 없는 것 같아. 이런 증상이 보일 때 아픈 기색을 내지 않고 엄한 태도로 내가 싫어하는 표현을 해야 하지만 거친 동작으로 난 화가 풀렸으니까 놀자는 동작을 하며 주도권을 가져와야 해

서열을 정리해도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것에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고  선천적 성향인 것 같아. 이런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강도 높은 복종 훈련을 장난 섞어서 해주고 있는데 너무 번거로워. 난 군대에서도 이런 행동이 싫어서 되도록 안 했는데 개 키우면서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어. 아마 루루가 중형견 이상 체급이었다면 이런 방식으로 접근할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아. 그나마 소형견이니까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 적응을 하는 거지

얘 키우면서 유기견 입양은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그래도 그럭저럭 적응해서 다행이긴 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