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낙원을 찾아서/이름없는 별 하나

미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의외로 심각해

by 윙혼 2020. 11. 1.

 

 

 

 

인터넷을 통해 인류가 쉽게 다른 문명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다른 문명에 대한 이해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어. 하지만 아직도 다른 문명에 대해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고 그로 인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 하지만 인터넷이 없던 시절은 지금보다 더 심각했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인류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배우고 있는 중이야. 태평양 전쟁은 그런 시행착오 중 하나였고 그로 인해 미국과 일본은 다른 시각으로 태평양 전쟁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일본이 전범국이어서 태평양 전쟁은 무조건 일본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당시 일본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1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포로 대우가 좋았기 때문에 일본에 우선적으로 항복했을 정도로 일본은 신사적인 국가였어.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은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어. 도쿄 대공습 이후에는 분노와 증오로 폭주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지

혹시 미국이 일부러 일본을 코너로 몰아넣어서 폭주를 유도한 것일까? 나는 두 문명의 시각차가 만들어낸 비극이라 생각해. 그래서 두 문명의 시각차가 생겨난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리해보려 해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원인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문이었어. 전쟁의 책임은 일본에 있는 것이 맞아. 일본의 입장에서 미국과 영국이 일본의 확장을 견재한 것에 대한 반발 때문에 진주만을 공습한 것이지만 당시 국제정세는 힘이 정의던 시절이었고 상대적으로 약했던 일본은 그것에 따라야 했지만 일본은 그것을 거부했지. 일본 나름대로의 명분은 있지만 일본의 선재공격으로 인해 전쟁이 시작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야

전쟁이 시작되자 미국은 본격적으로 군수물자를 찍어냈고 일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곳까지 전선을 밀어 올리게 되지. 당시 미국은 독일과 일본 양쪽을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과의 전쟁은 빨리 끝내고 독일과의 전쟁에 전념하고 싶었어. 그래서 일본에 항복을 권유했는데 일본은 항복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어. 일본의 반응을 본 미국은 일본이 아직도 힘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도쿄 대공습과 원폭을 감행했어

여기까지 보면 일반적인 전쟁사잖아. 그런데 당시 상황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은 판이하게 달랐어. 미국은 일본이 절대 이길 수 없으니 항복할 것이라 생각했고 일본은 본토 방어전의 패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결사항전해야 한다 생각했지. 이 차이가 엄청난 비극을 낳게 되었어



이런 차이를 알려면 일본과 다른 문화권의 차이를 이해해야 해.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 때문에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이 쉽지 않고 내부에서 외부로 도망가는 것도 쉽지 않아. 그렇게 고립된 세계관 안에서 자신들의 규율을 만들어갔고 그것이 사무라이 정신이야. 사무라이 정신 중 자신의 영지를 잃게 되면 할복하거나 더 이상 사무라이로 살 수 없는 규칙이 있었어. 이것은 고립된 섬나라에서 전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본 내부의 규율이었던 거지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주했을 때 일본은 큰 혼란에 빠졌잖아.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거지. 일본은 그런 자체적인 규율 속에서 다이묘나 쇼군이 전쟁에서 패배한 적은 있었지만 태평양 전쟁 이전까지 본토를 방어하는 전쟁에서 패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이 근대화가 되었지만 당시 일본의 정신적 근본은 사무라이 정신이었고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일본은 폭주하고 말았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일본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조선의 소유권을 놓고 벌인 전쟁이었어. 그와 다르게 태평양 전쟁은 전선이 후퇴하면서 일본을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변해갔고 본토 방어전의 패배가 가시화되기 시작하자 일본이라는 국가는 경험하지 못한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어



난 용감한 사람이 공포에 빠지면 무섭게 변한다 생각해. 어디로 튈지 모르거든. 자신이 용감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공포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평소와 다르게 잔인하고 맹목적인 폭력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당시 일본이 그랬어. 1차 세계대전의 일본은 상무정신이 투철한 직업군인들이 투입되었지만 태평양 전쟁은 말 그대로 총력전이었어. 남자는 모두 군대와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투입되었고 여자와 아이들까지 생산현장에 동원되고 있었어

일본인들의 정신적 기반이 사무라이 정신이었지만 일반인에게 반자이 돌격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어. 그래서 마약을 투여한 후 돌격시켰고 양성하기 어려운 파일럿들을 가미카제 공격으로 낭비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벌였어. 국가 전체가 공포로 인해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서 결사항전을 각오하고 있던 상황이었지

그런 일본에게 미국은 항복을 제의했고 일본이 거부하자 일본이 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해서 항복을 하지 않은 것이라 착각했던 거야. 그래서 다수의 민간인 피해가 생길 것을 알면서도 도쿄 대공습을 감행했고 그래도 일본이 항복을 하지 않자 원자폭탄을 두 번 투하한 거지

1차 세계대전에서 포로에게 관대했던 일본은 태평양 전쟁 때는 미국의 해상봉쇄로 물자 부족에 시달렸고 처음 마주하는 본토 방어전 패배의 공포 속에서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어. 그런 와중에 도쿄 대공습의 참화를 보면서 그 분노로 미군 포로들을 학대했고 사기를 높인다며 미군 포로의 인육을 먹기도 했고 생체실험을 하기도 했어

 

정리하면 이미 패배한 일본이 이성을 잃고 싸우려 들자 미국은 일본이 자신에게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한다 생각했고 그런 일본의 전의를 꺾는 과정에서 미국도 점점 이성을 잃어갔어. 미국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전의를 꺾는 데 성공했지만 도쿄 대공습으로 일본이 전의를 꺾기는커녕 분노와 증오로 폭주하게 만들어버렸고 그 결과 양쪽 모두 이성을 잃고 서로에게 공포를 느끼며 전쟁 자체에 몰두하게 됐던 거야.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두 문명은 이렇게 엄청난 역사적 비극을 만들었던 거지



태평양 전쟁이 끝났지만 미국은 도저히 일본을 이해할 수 없었어. 검도와 한자를 금지했고 군대도 가지지 못하게 하고 농업국가로 만들려고 했지. 미국은 일본이 보여줬던 집단 광기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일본도 전쟁이 끝나자 자신들이 그렇게 폭주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 태평양 전쟁을 교훈 삼아 일본은 자신들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었고 인문학을 발전시켜 진정한 탈아입구를 완성하게 됐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미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준 상태였어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폭주를 한 것은 일본인 아니 인간 내면의 잔혹성 때문일까? 겉으로만 근대화 한 상황에서 내면에 남아있던 사무라이 정신의 발현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명제라 생각해

잠시 주제를 바꿔서 미국의 도쿄 대공습과 원폭으로 많은 민간인이 사망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이 일본에 사과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을 거야. 태평양 전쟁 당시의 일본이 총력전 상황이어서 민간인과 군인의 구분이 무의미했다고 하지만 도덕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지는 나도 의문이야



하지만 미국은 사과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미국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군인들을 해외로 파병하고 있어. 파병을 간 미군들은 국가의 명령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질서에 부합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차후 역사적 평가에 따라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행위로 비난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작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고 미군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일본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속에서 미국의 파트너로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 혜택도 누리고 있어. 일본이 마음먹고 미국과 과거사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한다면 미국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겠지만 일본은 미국이라는 강력한 동맹을 잃을 것이고 미국이 약해질 때 흔들릴 국제사회의 질서를 생각하면 침묵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렇게 미국과 일본은 서로 할 말은 많지만 침묵하며 동맹으로 남아있는 거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미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묻혀 있을까? 아니면 언젠가는 터져 나올까? 타협점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이 생각보다 깊은 것 같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