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가 이슈화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재규의 인간적 관계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들었어. 조갑제 기자님도 사람들이 10.26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자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들을 업로드하셨어. 조갑제 기자님은 베테랑 기자의 시각으로 박정희라는 인물을 오랜 기간 탐구한 분이라서 10.26에 대한 상세한 정황들을 알려주는 영상이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시청하는 것을 추천해
덕분에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지만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오히려 더 의문이 들게 되기도 했었어. 김재규가 우직하고 충직한 인물인 것은 알겠지만 욱하는 성격이 있었고 중앙정보부 부장이 되던 당시 주변에서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조갑제 기자님의 증언이 있었어. 중앙정보부면 당시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인데 그런 기관의 수장이라면 냉철하고 계획적이며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
박정희 전 대통령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요직에 앉혀서 성과를 내게 하는 것에 뛰어난 사람이야. 이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야박한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동의하는 부분일 거야. 그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를 중용했었어. 1차 오일쇼크로 경제가 급격하게 어려워졌을 때 중동에서 건설 붐이 일었었거든. 당시 건설부 장관은 매우 중요한 직책이었고 김재규가 그 역할을 맡아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지. 조갑제 기자님도 이 부분을 강하게 언급하셨어
아마 조갑제 기자님이 말씀하셨던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주변 의견은 정치공작에 대한 능력일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 김재규는 5.16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없었고 그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애하게 된 계기가 되었거든. 당시에는 군도 상당히 부패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청렴한 사람이었으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지. 우직하고 계획적인 사람이지만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 방첩부대나 건설부 장관으로는 뛰어난 인물이지만 첩보기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말이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왜 이런 김재규를 중앙정보부 부장으로 임명했고 이것이 왜 10.26으로 이어지게 되었을까? 김재규라는 인물을 알면 알수록 오히려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이었어. 그래서 중앙정보부 부장 중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김형욱과 이후락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차지철과 김재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어. 그렇게 내 나름대로 억지로 10.26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짜 맞춰보려 해
중앙정보부가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뀐 후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바뀌면서 위세가 많이 약해졌다고 해.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시절 중앙정보부의 영향력은 막강했었다고 전해져. 나 같은 일반인이 국정원장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렵지만 의외로 중앙정보부 시절에는 수장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고 그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던 것 같아
중정부장 중 이미지가 상반되는 사람이 있는데 김형욱과 이후락이야. 김형욱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힘으로 찍어 누르는 사람이었고 이후락은 정치공작으로 농락하는 사람이었어. 첩보기관의 수장이라면 뛰어난 정치공작으로 상대방이 속는지도 모르게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잖아. 김형욱은 이것과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야. 하지만 반대세력을 찍어 누르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사람이지
힘으로 반대세력을 찍어 누르다 보니 적이 많았고 한직으로 밀려나자 여태까지 악역을 맡았는데 배신당했다 생각해서 미국으로 망명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하다 실종되었어. 이후락은 정치공작에 능했지만 그 역시 적이 많았고 중정부장에서 내려왔을 때 잠시 해외에서 은둔생활을 했었어. 당시의 중앙정보부는 국내의 정치공작을 많이 하다 보니 적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중정부장들은 은퇴 후 불행한 삶을 살았어
잠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그래서 직언을 하기가 어려웠어. 육영수 여사에게 직언하면 육영수 여사가 순화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하지. 문제는 육영수 여사 서거 후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없었다는 거지. 그런 상황에서 권력 말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느끼며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된 거지
그런 상황에서 차지철이 경호실장으로 부임하게 되었어. 차지철에 대해서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는 거야. 차지철은 대놓고 막 나가는 행동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잖아. 그런 행동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올 때 더러운 것은 자기가 안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그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높게 평가되어 신임을 얻었다 생각해
이때 김재규가 중정부장에 취임하게 되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치공작에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동생처럼 아끼며 중용해왔던 김재규가 자신의 권력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되기를 원했다 생각해. 그런데 김재규 입장에서는 이것이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거든. 박정희 정권이 끝나게 되면 중정부장인 사람은 엄청난 비난을 받을 테니까
중정부장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희생양이 되기도 했고 하나같이 말로가 좋지 않았어. 그런데 김재규 자신은 정치공작에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김형욱처럼 힘으로 찍어 누르는 중정부장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해. 중정부장들 중 가장 말로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 김형욱이고 어떻게 풀리던 자신의 말로는 좋지 않게 끝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야. 김재규 입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지
몸을 사리는 김재규를 차지철은 못마땅하게 봤을 거야. 자신은 오명을 쓸 각오가 되어 있는데 김재규가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 같은 사람은 선배 대우를 해줄 수 없다며 대놓고 무시한 거라 생각해. 그래서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이 깊어져 갔을 거고. 그런데 나는 이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의도한 바라 생각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이 점찍은 유일한 후계자인 김종필조차 신뢰하지 못해서 무수한 견제를 한 사람이거든
차지철의 행동도 감시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런 차지철의 행동을 부추기며 김재규가 김형욱 같은 중정부장이 되도록 압박했다 생각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차분한 죽음을 맞이한 것은 자신의 행동으로 김재규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일 거야. 그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절박한 심정으로 김재규를 압박했던 거겠지만. 의외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재규에게 나쁜 상관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다고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어. 당시 김재규는 간경화로 건강이 좋지 않았고 차라리 건강 때문에 은퇴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10.26을 감행한 이유를 모르겠어.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웠고 오랜 기간 모시던 사람을 직접 죽일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거야. 중정부장으로 취임하면서 많은 불만이 있었겠지만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덧없다 느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아쉬운 일이야
최대한 김재규의 관점에서 10.26을 풀어 봤는데 차라리 모든 것을 버리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면 김재규 본인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박정희, 김재규 두 사람의 행적을 회상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모두 내려놓았을 거라 생각해
나름대로 당시 상황을 알아보며 짐작해 본 것이지만 역사라는 것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 같아. 무수한 변수들이 모여서 결과들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역사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낙원을 찾아서 > 이름없는 별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가가 폭락했지만 조만간 폭등할 것이다 (0) | 2020.03.21 |
---|---|
코로나19가 불러올 경제위기 (0) | 2020.03.14 |
조갑제TV/한국의 코로나 사망률(0.7%)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의사들에게 박수를! (1) | 2020.03.06 |
[홍준표LIFESTORY] "제겐 꿈이 있습니다" (0) | 2020.03.03 |
이만희 기자회견은 철저하게 계산된 노이즈마케팅 (0) | 2020.03.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