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ilbe.com/view/11187402468
1. 언어의 구조를 먼저 알아보자
우리말은 뭐, 모두 알겠지만 어말어미형이다.
한국어는 조사가 끝내주기 때문에 어순이 바뀌어도 이렇게 알아듣는다 누구나
어색함이2 있을 순 있지만3 아주 약간1, 아무 지장이5 해석에는4 없는게6 바로 한국어의 핵심7
아주 약간의1 어색함이2 있을 순 있지만3 해석엔4 아무 지장이5 없는게6 바로 한국어의 핵심7
짜잔?
반면 영어는 다르다
If we said like this, we could not understand easily, or never.
we like said this if, could we easily understand not, or never.
ta-da?
지장이 눈에 보인다
엄청 보인다
이런 언어적 차이가 뉘앙스의 차이를 불러오는데
대표적으로 강조하는 건 한국어는 맨 뒤에, 영어는 맨앞에 같이 수능 공부할 때 배우는 그런 거들이다
영어는 I wanna go blah-blah만 들어도 대충 아 얘가 어딜 가고 싶어 하는구나가 견적이 나오는데
한국어는 내가 지금 서울랜드에 여자친구랑 ... 하면 가고싶단 건지 갔다 왔단 건지 알 길이 없다
2. 이 말을 해준 이유는 존대말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말의 존대말은 모두 어미다
문법적으로 뭐라 하는 지는 내가 알고싶지도 않고
여튼 말꼬리가 중요하다
중요합니다
중요하세요
중요할까요
중요하다 개새꺄
어미가 발달한 문법구조기 때문에 무조건 어미만 붙이면 존대말이 완성된다
물론 어떤 단어에 어떤 어미를 붙이면 되는가는 별개의 문제고 그게 한국어 존대말의 복병이긴 하지만
이 글을 읽을 놈들은 다 네이티브니까 그건 생략하겠다
우리와 비슷하게 어미가 발달한 일본어는
마나부
마나비마스
마나비마쇼
마난데구다사이
마나부다 바카야로
정도의 어미구조를 가지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아예 다른 명사, 다른 동사를 쓰는 비율은 더 적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어엔 상대높임말, 자기낮춤말, 높임분위기말의 조합이 매우 중요해서
이 세가지를 적절히 배치하다보면
상대를 높이는 어미와 자기를 낮추는 어미, 높임분위기를 내는 말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마나베테니마시테구다사이 같은 개소리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그래서 보통 요새 일본에선 젊고 어린 애들한텐 존대말을 강요하지 않는 편이고
드라마 애니 등등을 보면 대개 간단한 높임분위기말만 쓰거나 아예 안쓰는 경우가 많다
3. 그럼 유럽어의 존대는 어떻게 되는가
유럽에서 존대말이 가장 뚜렷하게 눈에 띄는 언어는 내가 구사 가능한 것 중엔 독일어가 있다
독일어에서 you는 du 인데
ich liebe dich 가 i love you와 문장 구조가 일치하고 같은 뜻 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독어에서 존대말을 하게 되면
ich lieben Sie가 되어, 동사 어미가 달라지고, 주어가 달라진다
존대말은 siezen, 반말은 duzen이라고 표현하는데
일단 여기서 넘어가고
내가 구사 못하는 프랑스어는 T-V라는 게 있다
Tu 는 독어의 du와 같은 뜻이고
Vous는 Sie와 동일하다. 단 여기서 독일어에 비해 동사의 변형은 없는 편이다
미국 영어는 thou가 사장되고 you만 남았다는 점 때문에 마치 영어권엔 존대말이 없어보인다는 대표적인 예제로 자리매김 했는데
뭐, thou가 사라진 이유는 수십가지 가설이 있고 대표적으로는 미국으로 건너간 유민들이 하층민 범죄자집단이라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고 영국놈들 맘에 안들어서 귀족경칭을 없앤거란 이야기도 있고 하지만 뭐 어차피 영국 영어엔 아직 thou가 있으니 그건 필요없고
이를 알기 위해 다시 독일어의 siezen으로 넘어가보자
이유는 당연하지만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프랑스 단어를 가져온 독일어 문법의 언어기 때문이다
siezen의 네이티브한 구사는 sie를 쓴다고 다 되는게 아니다
duzen과는 문장의 길이 부터가 달라야 하는게 정석인데
siezen 인사를 보자
a: Wie geht es Ihnen?
잘지내십니까?
b: Mir geht es gut, Danke. Sie können mich auch gerne duzen, siezen ist mir zu altmodisch! Wie geht es Ihnen?
아 덕분에 잘 지냅니다. 말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요, 존대말은 너무 딱딱하게 들려서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걸 duzen으로 바꿔보자
a: wie geht es Ihnen?
잘 지내십니까?
b: Ganze Toll! Du kannst mich auch duzen, siezen ist zu altmodisch! wie geht's dir?
좋아 좋아! 말 놔 편하게, 존대말은 구리잖아, 어때?
쓰는 용어가 확 달라지는게 눈에 보인다
일반적인 존대말과 반말의 유럽어적 차이다
존대말엔 formal하게 상대를 부르는 단어나, 나를 부르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이 되어야 한다
저는 잘 지냅니다, 제겐 존대말이 너무 구식처럼 느껴져서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면 반말은 informal하게 굳이 인칭명사를 섞지 않아도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다면 일부러 인칭명사를 넣지 않는다
영어 역시 마찬가지인데 동일한 문장을 보자
a: how are you?
b: I'm fine, thank you. Could you please say to me without difficulty? What do you think?
와
a: how are you?
b: Good, thanks. tell me easily, okay?
만 해도 격식이 확 낮아지는게 눈에 가시적으로 보인다
4. 그럼 이걸 언제 언제 쓰는가
이제 이게 원론적인 부분이고 이 글의 어찌보면 핵심인데
이를 위해 짚고 넘어가자
경칭과 존대말은 분명 다른 파트다
이건 5번에서 설명할테니 일단 존대말의 사용처부터
앞엔 우리나라에서라면, 뒤엔 유럽, 미국에서라면
게임회사 팀장 - 직원
반말-존대말 / 반말-반말
대기업 회장 - 직원
반말-존대말 / 존대말-존대말
맥도날드 알바 - 고객
존대말-존대말 / 반말-반말
학교 같은 과 친구 - 친구
반말-반말 / 반말-반말
교양에서 처음만난 학생 - 학생
존대말-존대말 / 반말-반말
선생 - 학생
반말-존대말 / 반말-반말
엄마 - 아들
반말-존대말 / 반말-반말
할아버지 - 손녀
반말-존대말 / 반말-반말
연예인 - 팬
존대말-존대말 / 반말-반말
경찰 - 민간인
존대말-존대말 / 존대말-반말
음, 대충 다 적었나 뭐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을 보자면 당연히 대칭성이다
딱 보면 알겠지만 경찰 민간인 사례를 제외하고 모든 사례에서 한국은 비대칭성이 강하고, 유럽은 대칭이다
5. 대칭성의 이유
바로 경칭에서 오는데
유럽은 경칭을 어떨 때 쓰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자꾸 유럽처녀가 한국 와서 왜 님자 붙이는지 모르겠다고 한 소리를 가져다가 우기는데
영어 sir, 독어의 herr, 뭐 이태리어 signore 다 마찬가지듯
전부 "단어"다
"님"은 어미다
이런 언어적 상식도 모르는 꼴통한테 내가 이 기초적인걸 일일히 설명한다는 게 참 우스운 일인데
한국어 존대말은 어미로 시작해서 어미로 끝나기 때문에 상대를 칭하는 명사에 "님"을 붙이는게 정석이고
반대로 영어의 sir는 별개의 단어이기 때문에 써야 할때, 안쓸때가 정해져 있는거다
6. 점점 쓰기가 귀찮아 지는데, 경칭이 붙는 방식은 이전 글에 답변해준 리플을 좀 잘라서 가져오겠다
계급주의와 평등사상이라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관념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바,
남속의 나와 내밖의 남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불교 경전에 의하면 동양의 인간관계의 기본은 무리 속에 내가 있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무리의 섹션을 나누어 내가 정확히 어느 섹션에 있는가를 파악한다
여기서 나와 남이 모두 같은 섹션에 있다고 보는게 평등, 다른 섹션이라고 보는게 차별이다
서양의 기초는 저 남이 나와 어떤 관계 relationship를 형성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 관계가 어물쩡한 관계인가 밀접한 관계인가 여기서 이 관계가 일방적이라고 보는게 차별,
양동적이라 보는게 평등인데
자 여기서, 이 섹션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관계를 어떤 관점에서 긋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동양은 여러 섹션이 공존한다. 요새 보면 태그별 분류 시스템 많이 봤을텐데,
한 글에 여러 태그가 달려있고, 태그별로 분류가 가능한게 바로 동양식 인간관계론이다.
할아버지 라는 게시글을 내가 태그를 붙여 분류할 때
가족, 노인, 집안의 가장, 잘생기심 정도로 분류하고
고모부 라는 게시글을 분류할 때
가족, 중년, 안생기심 정도로 분류하면
내가 가족 태그가 달린 글을 찾을 땐 할아버지와 고모부가 같은 섹션이지만
노인 태그를 열면 할아버지만 이 섹션에 있을거고, 중년 태그엔 고모부만 있을 것이다
반면 서양은 칸트에 의하면 마인드맵 시스템을 형성한다.
이 방식은 나와 남 간에 두세가지 이상의 관계가 형성되기 힘들다.
때문에 가족은 그냥 다 가족, 남은 그냥 다 남 처럼 거리적인 형성이 이루어진다.
그려보면 알거다
나 라는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할아버지 라는 동그라미에 선을 쭉 이었을 때 그 선이
두줄 세줄 된다면 맵이 얼마나 지저분해질지
이런 방식의 차이가 인간관계의 형식을 결정하는데
동양식 인간관계는 내가 가진 태그가 중요하다
나 라는 사람은 분류하면 가족, 젊은이, 잘생김 으로 분류가 될거고
할아버지와는 2개의 태그가 공존하지만 고모부와는 1개의 태그만 공존한다
때문에 나 는 할아버지와는 조금더 친하고 고모부 와는 좀 덜 친하다
반면 나와 태그가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학교 교수 A(가족 아님, 늙음, 못생김, 고리타분함)와는
정말 어색하기 그지없는 사이가 될 것이다
또한 태그간에 상하관계가 존재한다
늙음 태그는 확실히 젊은이 태그보다 상위 태그일거고, 돈 많음 태그는 돈 없음보다 위에 있을거고 등등
그런 태그 분류에 따라 이 섹션엔 존대말, 이 섹션엔 반말 등이 정해진다
서양의 마인드맵 분류는
짝대기가 쌍방향이냐 일방향이냐가 유일한 분류법이 된다
할아버지와 나는 쌍방향 짝대기가 형성된다. 할아버지가 나한테
선물도 많이 주고, 나도 할아버지한테 애교와 사랑을 준다
반면 직장상사와 나는 단방향, 그것도 내가 꽂히는 방향의 짝대기가 형성된다.
나는 상사한테 찍소리도 못하는데 상사는 나한테 일만 시킨다
반대로 내 부하직원한텐 나는 내가 꽂는 단방향의 짝대기를 형성한다. 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래에 냅다 풀어재낀다
이걸 각각 양방관계, 일방수적관계, 일방가적관계라고 표현해보자
이 기반에서, 서양인들은 양방관계를 나와 동일시하며, 일방관계를 무조건 거리를 둔다
그 방향이 수적이던 가적이던 말이지
때문에 가족이라는 양방관계에선 반말을 하며, 엄마 뭐해, 할아버지 뭐해가 가능하지만
길가다 만난 남의 할머니한테는 그게 안되고
직장의 같은 부서끼리는 팀장한테도 반말을 하지만 회장님한텐 존대말을 쓴다
호칭 역시 마찬가지로 일방관계끼리는 거의 무조건 경칭을 붙이는 반면 양방관계는 경칭도 경어도 없다
수적관계를 상위태그, 가적관계를 하위태그 라고 보면 정확히 일치하는데
이 기준이 우리나라랑 다르다 해서 없다 라고 말하는 건, 쌩무식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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