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이었던 루루를 입양한 지 5개월이 지났어. 루루 전에 토이푸들 두 마리를 20년 정도 키웠었고 나는 개를 더 키우고 싶지 않았는데 다른 가족들이 멋대로 유기견을 입양하는 바람에 루루를 입양하게 됐어. 입양 전에도 유기견에 대한 편견이 있었고 유기견을 키우면서 그 편견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변해갔어
강아지 때부터 키우는 것과 유기견 입양이 어떻게 다른지 체험해보니 유기견을 적응시키는 것이 어떤 면에서 어렵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강아지 때부터 키우는 것에 비해서 어떤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어
개를 처음 키우는 사람은 유기견을 입양하지 않는 것이 맞고 개를 키웠던 사람이라도 강아지부터 키우는 것이 서열을 잡는 것도 쉽고 원하지 않는 버릇을 고치는 것도 쉬워. 특히 개를 키웠던 사람의 경우 키웠던 개와 비슷하게 접근하면 가깝게 갈 수 있는 길을 빙 돌아서 가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 같아. 내가 그랬거든
유기견의 가장 큰 차이는 먹을 것과 영역에 대한 집착, 서열을 잡는 것에 대한 어려움인 것 같아. 떠돌이 생활을 하다 보니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집에서 자신만의 영역이라 인식한 곳에 있을 때 만지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성향이 있어. 유기견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현상인 것 같아
서열에 대해서 기존에 개를 키우던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는 편이고 나 역시 그랬었어. 그런데 강아지 때부터 키운 개와 다 커서 들어온 개의 서열을 잡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어. 나는 강아지 때부터 키운 개가 다시 강아지를 낳아서 2세대에 걸쳐서 개를 키웠었고 그래서 서열은 자연스럽게 잡히는 환경에서 개를 키웠었거든
그래서 유기견인 루루를 입양했을 때 서열 잡는 것을 상당히 쉽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보금자리에 있던 루루를 만졌더니 강력하게 저항했고 이것을 서열 문제로 인식해서 서열을 잡으려다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어. 강아지부터 키운 개들은 신문지 말아서 바닥만 때려도 주눅이 드는데 루루는 저항하면서 대들더라고
이것을 또 서열 문제로 생각하고 목을 잡고 누르면서 상태를 지켜봤는데 애가 주눅이 들지 않았어. 그래서 놓는 과정에서 물리면서 피를 봤었어. 전에 키우던 개들은 3Kg대였고 루루는 5Kg이라 무는 힘이 다르더라. 전에 키우던 애들은 강아지 때부터 키워서 나를 전력으로 문 적이 없기는 했지만
어쨌든 키우던 개에게 전력으로 물렸던 경험은 충격이었고 유기견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지. 그래서 내가 왜 물렸는지 차분하게 생각해 봤어
루루가 우리 집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금자리에 있을 때 건드리는 것은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서열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풀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후로 당분간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서열을 확인하는 작업이 되어서 머리가 좀 아팠었어
그래서 당분간 보금자리에 있을 때는 건드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서열을 잡아가기로 했어. 산책할 때 하네스가 아닌 목줄을 사용해서 루루가 원하는 경로로 산책을 하지만 제지가 필요한 경우 짧게 당겨서 서열을 확인시켰어. 그리고 밥과 간식을 줄 때 나와 눈을 마주 보면서 기다리다 먹으라는 명령을 한 후에 먹게 하는 방식으로도 서열을 확인시켰어
그 외에 외부에서 소리가 나서 짖을 때도 차분하게 루루의 앞에 서서 루루를 진정시키며 서열을 잡아 나갔고 4개월이 지날 무렵에는 나를 자신보다 서열 위라고 확실하게 인지한 것 같아. 이제는 보금자리에서 쉬고 있을 때 쓰다듬어도 안심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니 집에 적응을 마친 것 같고
이것 말고 실수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유기견을 데려왔을 때 적응기간 동안은 산책은 집 근처를 짧게 다녀오는 것을 추천할게. 루루는 처음에 실내 배변만 하려고 해서 억지로 멀리 산책을 돌았더니 얼마 전까지 나와 산책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 개는 당연히 산책을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생각했었지
그런데 유기견은 적응하기 전까지는 집 근처에서 멀어지면 불안할 거잖아. 그걸 생각 못하고 조금 멀리 다녀왔더니 산책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 그래서 차분히 집 근처 위주로 산책을 시키며 적응시켰고 이제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코스를 서로 즐겁게 산책하게 됐어
그런데 정해진 코스를 선호하고 낯선 코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이것이 개체의 차이인지 유기견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책코스를 가리는 성향이 전에 키우던 개들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야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루루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개였지만 유기견을 처음 접해본 주인을 만나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렵게 돌아서 풀어갔던 것 같아. 유기견 입양 사례를 보면 문제가 많은 개들을 입양해서 고생하는 사례가 많던데 루루 정도면 유기견의 특징이었던 거지 루루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거든
정리하자면 처음부터 키운 개와 유기견은 다르기 때문에 적응 기간을 넉넉하게 잡으면서 적응기간 동안은 조금 무덤덤하게 대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았을 것 같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마치고 서열도 정립되면 그때부터는 일반적인 개와 비슷한 거 같기는 해
그래도 속에 응어리가 남아 있는 것 같고 원하지 않는 습관은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 유년기가 지난 후에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고 무리하게 바꾸려고 하니까 너무 강하게 저항을 해서 그 부분은 포기하는 것을 고려 중이야
루루 이후에 다시 개를 키울 일은 없겠지만 만약 키운다면 원하는 종 중에서 원하는 성격의 강아지를 입양 후 최대한 원하는 성향의 개로 키우지 유기견을 입양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은 새로운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은 것 같아
전에 키우던 개들과 너무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런 성향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할수록 입양을 후회하게 되는 것 같아
개가 다 같은 개가 아닌데 이걸 우리 가족 중에서 나만 알고 있다는 것이 답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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