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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찾아서/창문저편의 무지개

건담 더블오

by 윙혼 2011. 8. 23.


시드에 실망하고 더블오는 조금 다를까 기대를 해 보았다. 1기 몇편을 보았을 때 나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무적에 가까운 건담에 주인공은 필요이상으로 무게를 잡는 것들을 보고 그냥 평범한 슈퍼로봇물이라 치부해버렸다. 뭐 각 세력에 대한 역학관계에는 신경 쓴 티는 났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 평을 보니 의외로 상당히 괜찮은 평이 많았다. 우주세기 건담빠들이 어설픈 건담물을 까대는 성향이 있는 것을 감안할때 의외로 괜찮은 수작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어 전편을 차분히 감상해 보았다. 확실히 더블오는 절대로 평범한 슈퍼로봇물이 아니였다.


초반의 먼치킨적인 건담은 양산형 태양로가 각 지구의 세력군으로 퍼지면서 상쇄되고 2기로 들어가면서 주인공은 철이 들어 재법 주인공 티가 난다. (뭐 개인적으로 너무 완성형적인 인격의 주인공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폼잡으며 상황판단 못하는 주인공 보단 나으니) 무엇보다 25편에 달하는 1기를 상황설정을 위한 프롤로그로 써버린 점이 크나큰 감동이였다.


기존 건담스리즈에서 써왔던 뉴타입, 강화인간, 미노프스키 입자와 같은 요소들을 개명해서 사용했고 각 캐릭터의 대치구도 역시 기존 건담에서 많이 가져온 느낌이였다. 하지만 기존건담에서 사용했던 연대기 형식의 전개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였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그것이 각 진영의 힘겨루기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고찰을 기대할 수 없었고 또 그로 인한 '건담 이글루'같은 외전이 나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매카닉의 디자인역시 아쉽다. 기존 우주세기 건담의 경우 각 MS, MA의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폭넓은 기체들이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같은 기체라도 무장장비, 타입 등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었고 매니아들이 수집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피규어들을 수집하게 만들었지만 더블오는 그 부분에 대해서 미흡한 것 같다. 건담 유닛들도 슈퍼로봇물 느낌이 나고 다른 모델들의 디자인은 성의없게 느껴진다.


스토리를 매끈하게 이끌어가며 캐릭터들의 애증을 공감가게 그려낸 것은 상당히 인상깊었다. 독특하게 중동 테러단체의 소년병 출신을 주인공으로 하였고 지금의 중동상황을 오버랩시키는 듯한 상황설정, 각 세력들도 지금의 구도와 비슷하게 설정하여 몰입하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전쟁에 무심하며 평화를 당연시 하는 사람들에게 태러로 인하여 전쟁은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심리변화를 순차적으로 잘 표현했고 전쟁과 태러를 막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대화와 이해, 그리고 각각의 개인이 깨어있는 사고를 가지고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전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간의 대립관계를 남녀간의 사랑에 할당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였다. 기존 건담 스리즈에서는 각자의 이념과 신념을 위해 싸우는 것이 인상깊었는데 더블오는 대부분이 각자의 사정으로 좋아하는 이성에게 무기를 겨누는 남녀들의 갈등이 주가되었고 그것이 상대적으로 신념과 이념의 대립이나 개개인의 깨어있는 사고의 중요성에 대한 비중을 줄어들게 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일본의 에니메이션이 상업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작품의 완성도나 메시지 전달이 후퇴하는 느낌이 들고 더블오 역시 그런 절차를 밟고 있다.


기존 건담의 세계관과 갈등관계를 잘 조합하여 기존 작품을 능가할 수 있는 저력은 보여주었지만 과거와 같은 순수한 예술작품으로서의 접근과 완성은 어려운 듯 하다. 뭐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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